“우수한 디자이너와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보유한 우리나라는 디지털 패션에서 강국이 될 최적 요건을 갖췄습니다. 유럽이 주도하는 주류 패션을 넘어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디지털 패션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현석 에프앤에스홀딩스 대표는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우리나라에서 패션도 하나의 디지털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의류를 체험하고, 나만의 취향을 제안하는 등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디지털 패션은 경향을 넘어 실제 수요로 진화했다. 특히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폭발하면서 디지털 패션으로 전환이 가속화된다.
2018년 설립된 에프앤에스홀딩스는 3차원(3D) 기술을 이용해 쇼룸을 포함한 가게를 가상공간에 재현하고 모바일로 패션 콘텐츠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 기술을 패션에 접목한 1세대 기업이다.
최 대표는 “창업 전 회사에서 신사업을 맡으면서 가상과 현실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뒀고, 이를 디지털화하는 메타버스 기술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단순히 현실 세계를 가상공간에 담는 것을 넘어 디지털 소통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에서 약 7년간 신규사업, 리서치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임무를 맡았다. 직전에는 관계사 중 패션 브랜드 스토어인 어뮤즈 대표를 맡으면서 미래 패션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안정된 대기업을 떠나 창업의 길로 들어선 것은 열악한 디자이너 생태계와 상호작용에 기반한 '디지털 패션'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젊고 능력 있는 디자이너가 많지만 자본이 충분하지 않기에 마케팅은 물론 소량의 의류 제작도 여의치 않은 현실을 자주 마주했다”면서 “이들이 오프라인 공간 제약을 넘어 가상공간에서 충분히 자신의 결과물을 홍보하고, 고객와 소통하면서 니즈를 반영하는 플랫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패스커'는 게임엔진을 활용해 현실감 있는 가상 쇼룸이나 가상 스토어를 구현하는 한편 다양한 패션 콘텐츠와 소통 기능으로 인기를 달리고 있다. 펜디, 롱샴, 스와로브스키, 마이클코어스, 게스, 뉴발란스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 7월에는 41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도 받았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해 다양한 제품과 공간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유도하는 한편 국내 젊은 디자이너에게는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게끔 플랫폼 역할을 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가상 쇼룸은 제품 출시 전 트렌드를 파악하는 테스트베드가 되는 동시에 고객과 소통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가 패션에 IT를 접목한 디지털 패션 부문에서는 세계 선두가 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