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42>탄소중립계획은 의견수렴보다 기술적 타당성 확인이 먼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8월 5일 2050탄소중립위원회 계획(안)이 발표됐다. 시민 500여명이 참여하는 탄소중립시민회의도 출범했다. 시민의 뜻을 반영한다는 취지다. 참여시민단은 전국 만 15세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무작위 선정돼 이러닝 등을 통해 짧은 기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대토론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꾸려졌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첫째 참여연대와 정의당은 탄소중립위가 제시한 시나리오 3개 가운데 2개가 탄소중립에 도달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사실상 3개 모두 별반 차이가 없다. 선택지가 아니다.

둘째 공론화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의 책임회피 및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가깝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평가다.

셋째 탄소중립에 이르는 이행 경로가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2050년까지 30년 동안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게 우리의 과제인데 지금까지 없었던 마법 같은 과학기술이 등장하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선다식 문항을 고르는 것은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 공론화 때 건설 재개가 결정됐을 경우를 가정해서 필요한 사항을 사지선다로 고르게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것은 출제자가 제시한 문항 가운데 고를 수밖에 없도록 작성된 항목이기 때문에 시민 의견이 아니라 출제자 의도로 몰아간 것이다.

가장 문제인 것은 세 가지 방안 모두가 기술적 타당성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시민참여단에 묻는다면 기술적으로는 모두 가능한 방안 가운데 하나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지 수많은 기술적 난제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만 제시된 상태를 방안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한다고 치자. 그럼 어떻게 전력을 공급할 것인가. 재생에너지를 우리나라 전체에 필요한 전력량의 5배로 설치하고 1000조원이 넘는 전력저장장치(ESS)를 건설하는 것이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대책인가.

'내연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하려면 결국 연료는 전기가 아니면 수소가 돼야 한다. 그런데 전기와 수소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생산할 방법은 없지 않은가. 재생에너지 발전원에서 전력이 남을 때 간간이 수소를 생산하면 되는가. 재생에너지 이용률이 20%밖에 되지 않는데 그나마 남을 때를 기다려서 수소생산설비를 가동한다면 설비 가동률은 얼마나 되겠는가.

'플라스틱 등 폐기물 감량 및 재활용률 제고'가 무슨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계획이란 말인가.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만들고 다시 그 수소를 태워서 발전을 한다니 기가 막힌다. 전기분해에 들어간 에너지보다 수소발전으로 얻은 에너지가 많을 수가 없지 않은가.

천연가스(메탄)를 개질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수소를 남겨서 그 수소를 자동차에 공급한다면 결국 이산화탄소는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에서 모두 배출한 것인데 무엇이 청정한 것인가. 하다 안 되니 수소의 80%를 수입하겠다는데 이건 청정하게 생산된 수소인가. 앞은 청정하고 뒤는 그렇지 않은 부도덕을 계획에 넣은 것은 아닌가.

이산화탄소를 다시 연료로 만든다면 투입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 뭔지 모르는 무탄소 전원을 약 200테라와트시(TWh)로 잡은 것도 설명이 안 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술들이 계획으로 제시되고 있다. 의견수렴 문제가 아니다. 기술적 타당성이 담보되지 않은 것이다.

탄소중립계획은 수천조원 또는 수경원이 투자돼야 할 계획이다. 15세 이상 일반인 500명에게 의견을 물어서 할 일인가. 제시되는 방안은 기술적 타당성이 있는가.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bjchung@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