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금융지주, 기울어진 운동장 역공...'인터넷전문은행' 자회사 고심

빅테크 기업 잇단 진출로 역차별 대두
120년 이스라엘 레우미은행, 페퍼 설립
디지털 혁신 통해 수십만 사용자 확보
국내 벤치마킹…자회사 이슈 해결 숙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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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실시되는 은행업 경쟁력 평가 결과와 함께 제4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해를 넘겨 차기 정권에서 실시될 것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올해 안에 경쟁력 평가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특히 과거 시행한 경쟁에서도 평가뿐만 아니라 경쟁력 평가가 신설되면서 은행 신사업 진출의 필요성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은행산업 경쟁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은행업 경쟁도가 미흡하다는 진단이었다. 은행업 시장구조와 경영효율성에 대한 분석 결과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는 상위 6개 은행의 규모가 하위 은행들과 큰 격차를 유지하면서 비슷해지는 상태로 안정화되고 있어 향후 경쟁 유인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을 선도하거나 기존 은행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소형·전문화된 은행에 대한 신규 인가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결과 제3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신규 추진 방안이 곧이어 발표됐다. 그때 탄생한 은행이 토스뱅크다.

이번 경쟁력 평가는 질적 평가가 중심이다. 앞으로 10~20년 장기적으로 기존 은행들이 빅테크 공세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살피는 것이다. 과거 계량적 평가에 더불어 정성적 평가까지 더해지면 금융당국은 추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인허가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는 KT, 카카오, 토스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줬다. 전통 금융사 관행에 맞설 혁신에 기반한 ICT 기업에 진입장벽을 낮췄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분위기는 역전됐다. 오히려 전통 금융사는 ICT 기업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받으며 역차별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사는 물밑에서 독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다. 금융지주사에 엄격하던 금융위원회도 전향적으로 자세를 바꿨다. 과거 ICT 기업 위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유도하던 금융위는 금융지주사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사의 100%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는 문제가 없다.

[뉴스해설] 금융지주, 기울어진 운동장 역공...'인터넷전문은행' 자회사 고심

성장 정체와 경쟁력 하락을 겪고 있는 국내 금융지주사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원한다. 특히 빅테크 플랫폼 경쟁을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는 이미 전통 대형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 디지털 혁신에 성공했다. 기존의 자사 모바일뱅킹이 있지만 이와 별개로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웠다.

이스라엘 '레우미(Leumi)은행'이 대표적이다. 설립된 지 120년이 된 이 은행은 자체 인터넷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지만 별개로 인터넷 전문은행인 페퍼(Pepper)를 2017년에 독자 설립했다. 출시 1년이 지나기 전에 페퍼는 사용자를 수십만명 확보하며 높은 고객 만족도와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퍼의 성공 요인으로는 모기업인 레우미은행과 독립 운영이 꼽힌다. 기존 대형 레우미은행의 유연하지 않은 레거시 시스템, 불편한 사용자 경험, 무거운 금융상품 등 전통 은행의 단점을 배제하고 출발했다.

실제 한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은 레우미은행 사례를 언급하며 벤치마킹 의사를 내비쳤다. 금융지주사는 내년 초 은행업 경쟁력 및 경쟁도 평가 결과가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본격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다. 금융지주사 내부에선 지주사의 자회사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할지 은행의 자회사인 손자회사로 만들지에 대한 세부적인 고민도 시작했다.

은행 자회사로 설립할 경우 은행의 안정적인 경험과 시스템을 이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만큼 완전히 새롭게 차별화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주사의 자회사로 설립할 경우엔 정보 공유 금지 문제가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