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AI 특허, 외국계 기업 98%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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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A 54건·ASM 24건·ASML 20건
국내 세메스 2건·피에스케이 1건 그쳐
웨이퍼 이송·결함 분석 등 생산성 직결
국산장비 개발 '발목'…경쟁력 악화 우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연도별 반도체 장비 관련 AI 특허 출원 동향

해외 기업이 국산 반도체 장비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특허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업체 일부도 AI 특허 확보에 나섰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반도체 공정 생산성 향상의 핵심인 AI 기술에서 밀리면서 한국 반도체 장비 경쟁력도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AI 기술을 적용한 램리서치 반도체 식각장비 센스아이 플랫폼.
AI 기술을 적용한 램리서치 반도체 식각장비 센스아이 플랫폼.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이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와 공동으로 외국계 반도체 장비 상위 10개사,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10개사 대상으로 AI 특허 경쟁력을 조사했다. 그 결과 국내 반도체 장비 관련 AI 출원 특허 가운데 외국계 기업 비중은 98%로 확인됐다. 미국 KLA이 54건으로 가장 많았다. ASM과 ASML이 각각 24개, 20개로 뒤를 이었다. 히타치하이테크는 12개, 어플라이드는 11개를 출원했다. 국내 장비업체는 세메스가 2건, 피에스케이가 1건 등 총 3건에 불과했다.

외국계 기업은 지난 2008년부터 AI 관련 특허를 우리나라에 출원했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관례적으로 여러 국가에 특허를 출원하지만 일찌감치 기술의 배타적 권리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친 셈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대부분 특허가 18개월 후 공개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계 기업은 조기 공개와 우선 심사 등으로 권리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한 2017년부터 외국계 기업의 특허 출원이 급증했다. 우리 기업은 2018년이 돼서야 처음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어플라이드의 AI 플랫폼 AIx 개요
어플라이드의 AI 플랫폼 AIx 개요

반도체 장비 내 AI 기술 활용도는 생산성과 직결된다. 웨이퍼 이송, 공정 레시피 최적화, 결함 패턴 분석에 적용한다. 이를 통해 공정 시간을 단축하고 반도체 생산 비용을 줄인다. 수율도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장비에 AI 기술을 적용하면 최대 10배 이상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허 권리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반도체 장비 경쟁력도 떨어진다. 외국계 장비업체는 이미 AI를 적용한 반도체 장비를 선보이며 반도체 제조사의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플라이드는 AI 플랫폼으로 공정 순서 등을 최적화하고 있다. 램리서치는 AI 기술을 통해 실험 설계 수와 비용을 20% 절감할 수 있다는 강점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KLA과 TEL도 계측 및 테스트 장비에 AI를 적용했다.

AI 특허 경쟁력은 차세대 반도체 장비 시장 진입 장벽도 만든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유사성 때문에 외국계 기업이 특허를 우선 확보하면 국산 장비 개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KLA의 AI 기술 기반 웨이퍼 결함 검사 시스템
KLA의 AI 기술 기반 웨이퍼 결함 검사 시스템

김 단장은 “국내 반도체 장비의 AI 특허 도입 및 개발이 예상외로 뒤처진 상황”이라면서 “진단과 시험 분야 등 상대적으로 도입이 쉬운 분야부터 AI 특허 출원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연도별 반도체 장비 관련 AI 특허 출원 동향

(단위:개)

국내외 장비사 AI 관련 특허 다출원 순

<자료=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반도체 장비 AI 특허, 외국계 기업 98% '독식'


반도체 장비 AI 특허, 외국계 기업 98% '독식'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