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가전, 역대급 매출에도 원자재·물류 대란 이중고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세탁기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 세탁기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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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전업계가 원자재 수급과 물류비용 증가 이중고에 빠졌다. 역대급 실적 행진을 펼치고 있지만 두 문제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도 최우선 사업전략으로 '공급'과 '수익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 코웨이 등 주요 가전사 원자재 매입비용과 물류비용(운반비)은 작년 동기 대비 최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주요 TV 원자재 매입 규모(자료: 전자공시시스템)
주요 TV 원자재 매입 규모(자료: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TV와 가전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에만 7조9225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8647억원)과 비교해 104.9% 늘어난 규모다. 생산규모는 지난해(3433만대)보다 약 200만대 줄었지만 매입 금액은 배로 늘어났다.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나 뛰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영상기기 등 주요 가전 판매 가격도 지난해와 비교해 29% 올랐다.

LG전자 역시 스틸(59.7%), 레진(55.2%), LCD 패널(47.1%) 등 주요 가전 원자재 매입 금액이 작년 동기 대비 크게 뛰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세탁기·냉장고(6.3%), 에어컨(9.6%), TV(22.2%), 모니터(17.4%) 등 가격도 지난해와 비교해 줄줄이 인상됐다.

주요 가전사별 운송비 현황(자료: 전자공시시스템)
주요 가전사별 운송비 현황(자료: 전자공시시스템)

여기에 코로나19 유행 이후 글로벌 물류대란이 심화하면서 운송비도 폭등했다. 코로나19로 선박, 항공이 제한 운행하면서 운송 채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3분기 운반비로 각각 7491억원, 8437억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8%, 68.4% 늘어난 수치다. 코웨이의 경우 3분기에만 110억원을 투입했는데, 작년 동기(43억원) 대비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원자재 수급과 물류비용 증가는 특정 기업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글로벌 이슈”라면서 “가전 수요가 지속되면서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원자재와 운반채널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물류비용 증가는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3분기 삼성전자 CE사업부 매출은 14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000억원가량 줄었다.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 역시 해당 분기 매출(7조6011억원)은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5054억원)은 16% 감소했다.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가전 업계 고민이 깊어진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TV를 비롯한 주요 가전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LCD 패널 가격 하락 역시 TV 수요 하락 전망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내년 사업 전략은 두 문제 해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전 '판매' 위기가 왔다면 위드 코로나 시기에는 '공급' 위기가 다가올 것”이라면서 “공급망 다변화와 관리 강화 등을 진행 중이지만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과 물류 채널 확보가 내년 가전 시장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