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닥터 브레인, '뇌 동기화'로 타인의 기억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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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브레인
<닥터 브레인>

뇌과학자 고세원(이선균 분)은 한 번 본 것을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가진 천재다. 어린 시절 가족에게 비극이 일어난 순간의 날아가는 먼지 하나까지도 잊지 못한다.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뇌파와 동기화해 기억을 공유하는 기술 연구에 매진한다.

애플TV 플러스가 선보인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른 사람의 뇌에 접속해 기억 속 단서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케이블이 연결된 장치를 머리에 쓰고 죽은 자의 뇌에 접속하는 실험을 하던 주인공이 부작용을 겪으며 사건이 전개된다.

뇌파는 대뇌 피질 신경세포가 서로 신호를 전달하며 생겨나는 전기적 파동이다. 극중에서는 뇌파 전이를 통해 죽은 사람의 기억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뇌파는 인간 사고와 감정, 행동을 이해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기억을 읽는 기술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뇌파를 통해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종하고 컴퓨터 등에 의사전달을 하는 기술은 상당 부분 구현됐다.

테슬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인간이 생각만으로 각종 전자기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뇌 이식용 칩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에는 뇌에 전극을 심은 돼지를 공개했고 올해 초에도 원숭이 뇌에 무선 컴퓨터 칩을 이식했다.

뉴럴링크의 경쟁사로 손꼽히는 스타트업 싱크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에 대해 인간 대상 임상 실험 승인을 받았다. 현재 중증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론의 뇌·컴퓨터 연결 기술은 뇌에서 발생한 운동 명령을 전기 신호로 변환, 마비된 신경을 대신해 송·수신기로 신체에 전달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싱크론은 5년 안에 기술을 뇌·컴퓨터 연결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한국뇌연구원은 2018년부터 '뇌파로 타겟 오브젝트를 조작하는 장치 및 방법'과 '뇌-기계 접속 기술 체허용 교육 장치 및 방법' 등을 개발해 특허 등록했다. 올해 초 스타트업 에이치에이치에스가 기술을 이전받아 건설 사업장 등 각종 위해·위험 현장에서 뇌파로 안전 관리 기기를 조종하는 '스마트 헬멧' 개발을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뇌파 측정 기반 고객 맞춤형 기술 '마인드링크드 배스봇'으로 혁신상을 수상한다. 뇌파로 사람 감정을 분석해 이를 반영한 향과 색의 입욕제를 즉석에서 로봇이 만들어주는 솔루션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생각만으로 로봇을 조종하고 가상현실(VR)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는 일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내 기억을 누군가 훔쳐보고 머릿속이 해킹될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뇌파 관련 기술 상용화가 가져올 미래가 우울한 디스토피아가 아닌 장애를 극복하고 난치병 치료의 길을 여는 밝은 모습이 되길 기대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