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90>어느 소도시에서 찾다

오독(誤讀). 무언가를 잘못 또는 다르게 읽은 것을 말한다. 대부분 의도하지 않은 것이고, 그러니 대개 무지 탓이다. 그래서 우리는 곧 실수를 밝히고, 오류를 고치고, 바른 개념을 수용한다. 그러나 누군가 이마저 둔감하고 귀찮아 한다면 오독과 오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종국에 오독의 원인은 무관심으로 귀착되는 셈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들이 오해이거나 오독투성이라면 난처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오류는 사실 흔하디흔하다. 누군가는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용어에도, 심지어 비즈니스 모델과 경쟁 전략조차에도 숨어 있다고 한다. 누군가에겐 이 두 용어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어느 진지한 학자의 눈에 이건 심각한 오독이다.

지금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우리는 델(Dell)의 인터넷 직접 판매라는 방식의 성공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한 결과로 기억한다. 이건 분명 사실이다. 당시 개인용컴퓨터(PC)는 대개 대리점을 통해 팔렸다. 델은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고, 그 방식엔 수많은 이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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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은 고객 정보를 자기 자신이 관리할 수 있었다. 거기다 재고 문제도 해소했다. 기술과 고객 요구가 바뀌면 쌓아 둔 재고가 유행에서 뒤떨어지기 일쑤였다. 거기다 모든 경쟁자를 함정에 몰아넣었다. 델처럼 직판하려니 기존 판매망이 문제였고, 그렇다고 델을 따라 하지 않는 것도 불가능했다. 양자를 다하는 것은 결국 어쩔 수 없지만 최선의 선택은 못 됐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스토리는 여기까지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것 위에 경쟁을 무의미하게 할 정도의 마이클 델의 경쟁전략이 있었다고 한다. 모든 경쟁자가 개인 고객을 탐닉할 때 델은 일찌감치 기업 고객에 초점을 맞췄다.

개인 고객을 간과한 건 아니었지만 관심은 저가형 대신 맞춤형 고사양 컴퓨터를 원하는, 수익이 제법 쏠쏠한 세그먼트 고객들이었다. 델의 고성장 뒤엔 자신이 창시한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경쟁자들과 사뭇 다른 경쟁전략과 그걸 실행하면서 쌓아 올린 경쟁우위가 있었다는 말이다.

월마트의 비즈니스 모델을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면 할인소매점이다. 창업 당시로서는 비교적 새 개념이지만 그렇다고 샘 월튼이 창시한 것도 아니었다. 여하튼 이 비즈니스모델의 핵심은 싸게 파는 데 있었다. 샘 월턴은 이 개념을 멋지게 실행했다.

그러나 사실 월마트의 성공을 당대의 경쟁기업들과 다른 전략을 택한 월턴에게 돌리기도 한다. 월턴은 대도시나 메트로폴리탄에 매장을 내던 경쟁자들과 달리 작은 농촌 읍내에 매장을 냈다. 거기다 이들 매장은 동네 규모에 비하면 제법 컸다. 그러니 경쟁자들은 이 동네를 건너뛰기 마련이었다. 머천다이징도 달랐다. 경쟁자들은 주로 2급 제품을 취급했지만 월턴은 1급 브랜드 제품을 취급했다.

엘턴 존의 노래 가운데 '아주 작은 동네'가 있다. 원제는 '원 호스 타운'(One-horse Town)이다. 직역하면 말 한 마리만 있으면 물건을 실어 나르기에 충분한 그런 동네란 의미다. 이 노래 가사엔 “이곳에서 진전이란 현대식과는 거리가 멀지”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어느 학자는 월마트를 이런 '원 호스 타운'에서 혁신을 찾아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월마트가 창업한 1962년 당시 성업하고 있던 가장 큰 할인소매점들은 지금 모두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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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