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46〉기시다 총리의 새 경제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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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31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선거 이전의 276석에서 감소됐지만 단독 과반수 233석을 크게 웃돌았다. 국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절대안정 다수인 261석을 확보했다. 유권자로부터 예상 이상의 지지를 얻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그 후 독자적 정책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주장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실현, 레이와 시대 '소득 배증 계획' 등을 경제정책으로 내걸었다.를 아베노믹스의 실패, 즉 임금이 오르지 않은 것과 소득 격차 확대를 해소한다는 것이 기시다 총리의 경제 공약이 됐다.

이보다 앞서 9월 실시된 자민당 총재 선거 때 금융소득 과세도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이 공약은 그 후 반대에 부닥쳐 철회했다. 기시다 총리의 약점은 자기 주장을 관철하지 못하는 '카리스마' 부족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뒤 전술한 바와 같이 기시다 총리는 서서히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경제의 최대 문제는 경제 잠재력, 성장력이 계속 저하된다는 점이다. 즉 일본경제의 성장률이 낮은 것과 노동 생산성 상승률 저하가 일본에서 근로자 임금이 오르지 않는 최대 요인이다.

2018년 일본은 개인 구매력 수준에서 한국에 추월 당했다. 그러자 아베노믹스 때문에 일본의 각 개인이 한국보다 가난해졌다고 주장하는 일본 경제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인 임금을 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스스로 임금을 인상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은 인건비가 경영을 압박할 수 있는 임금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기시다 정권은 법인세 혜택을 확대해서 기업의 임금 인상을 촉진할 계획이다. 아베 정권 이후 실시돼 온 정책이지만 기업은 근로자 임금 인상에 움직이지 않았다.

기업 성장력과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기업이 스스로 임금을 인상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기시다 정권도 결국 아베 정권, 스가 정권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 현상이지만 일본에서도 코로나19가 소득 격차를 키웠다. 그래서 기시다 정권의 당면 경제정책은 결론적으로 코로나19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달 19일 기시다 정권은 첫 경제대책을 발표했다. 국가의 재정 출동이 55조7000억엔(약 578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민간 지원 자금 등을 포함한 사업 규모는 78조9000억엔(820조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예상을 큰 폭으로 웃도는 규모가 됐다. 경제대책의 주요 내용은 만 18세 이하가 있는 가구에 자녀 1인당 10만엔(약 103만원) 지급을 비롯해 주민세 비과세 가구에 10만엔 지급, 중소기업 등에 최대 250만엔(개인사업주 50만엔)의 사업부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각종 혜택을 명시했다.

기시다 총리의 간판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를 정책 핵심의 하나로 삼았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10조엔 규모의 대학펀드 창설, 임금 인상 기업 지원 강화 등을 들었다. 기시다 정권은 이를 통해 실질 국내총생산(GDP)를 5.6%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추산대로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대책이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다. 기시다 총리는 '분배 전략'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기업에 세제 지원 강화, 간호사 등의 소득 인상 등 공적 부문 분배 기능 강화 대책들을 열거했다.

기시다 총리의 경제 대책에는 '분배'를 위해 '성장'이 필요하고, '성장'을 가로막는 제도나 구조·관습 등을 바꿔 기득권을 깨는 개혁이 필요하지만 그러한 개혁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 대책에는 한시적 급부나 교부금이 많이 계획됐지만 그 자체를 '분배'라고 할 수 없다. 1세대의 실질적 수입이 지속 늘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추상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지금 일본에서 필요한 것은 일본경제가 지속 성장해 나가기 위한 개혁이다. 그것이 개혁→성장→분배를 실현하는 길이지만 이번 경제정책에는 개혁이 보이지 않는다고 흔히 말한다. 기시다 총리의 경제정책은 임시변통에 그치지 않을지 의문시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우교수 hosaka@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