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91>숨겨진 원리가 있다면

소수. '본디 소' 자와 '셈 수' 자를 썼다. 이대로 풀면 '근본이 되는 숫자'인 셈이다. 흔히 2, 3, 5, 7, 11, 13, 17 등으로 기억되는 이것엔 규칙 아닌 규칙이 있다. 헛헛한 산에 선 나무처럼 띄엄띄엄 나온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에 자연 원리가 숨어 있다는 모종의 의심이 있다. 어떤 매미는 어김없이 13년 주기로 지상에 나온다. 다른 종은 17년이 주기다. 그래서 이 소수가 자기 모습을 숨긴 채 태초부터 우주 질서를 조율하고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학문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자신을 변호하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할 나름의 논리가 있다. 기업경영의 논리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이고 다른 것들보다 더 잘났다고 말한다면 누군가 만만찮은 반증을 들고나올 테다.

그러나 재무제표만큼 그 품새가 당당한 건 없다. 경쟁우위가 어떻고 역량이 어떻고 간에 이것으로 8할은 설명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재무적 성과는 드러난 것이고, 그 저간의 원리와 숨은 조종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장은 즉 기업의 성장에는 숨겨진 세 개의 원리가 있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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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첫째는 경쟁 기반이라 불리는 것이다. 기업이 자신의 경쟁 기반을 어떻게 재창조하는지 보여 주는 실사판이 하나 있다. 넷플릭스는 우편 배달 방식으로 자신만의 경쟁 기반을 만들었다. 그다음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제 모습을 바꾼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미상과 오스카상을 받는 그런 콘텐츠의 제작자가 되겠다'고 한 넷플릭스의 선언문을 보라. '오징어 게임'이 바로 이 결과물이다.

둘째는 차별화한 역량이다. 누군가는 플록터앤드갬블(P&G)을 한번 보라 한다. 오랫동안 누구도 손대지 않은 일회용 기저귀 시장을 준비했다. 이 새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건 옷감으로 만든 기저귀를 세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정도로 일회용 기저귀를 만드는 그런 역량이었다. 그리고 P&G는 5년을 온전히 바쳤지만 결국 완벽하게 준비해 낸다.

세 번째는 진정한 인재다. 엔지니어링 기업 슐럼버거(Schlumberger)는 중역들을 유수 대학에 배정했다. 이들은 기자재와 연구비를 기부했고, 이런 유대감은 리크루팅을 유리하게 했다. 슐럼버거는 인재 파이프라인의 리더가 됐고, 업계에서는 인재 공급소로 불렸다.

액센츄어 조사에 따르면 고성장기업과 저성장기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누구든 성장 공간이 소실되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번 성장을 멈춘 기업의 10%만 이 함정을 벗어날 수 있었을 뿐 3분의 2는 인수합병(M&A)되거나 파산했다.

그래서 고성장기업의 공통점을 눈여겨보라고 한다. 만일 당신 기업에 그런 특징이 보인다면 그것이야말로 재무제표보다 더 믿을 만한 표식인 셈이다.

얼마 전 어느 기업형 제과점 대표를 면담하게 됐다. 이력서를 보니 제빵학교 졸업 후 첫 직장이 N제과점이었다. 평소 가끔 들르던 곳이어서 아는 척을 했다. 나중에 들으니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시작했다는 그 과자점은 당대 유명 제과점 가운데 단지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거쳐 자신의 빵집을 시작했다고 했다. 바로 인재 공급소인 셈이었다.

고성장기업은 그런 기업의 특징이 있는 곳이라는, 누군가의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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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