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국내 최장 해저터널, 보령 해저터널 개통! 해저터널은 어떻게 만들까?

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인 '보령 해저터널'이 2021년 12월 1일 개통됐다. 총 길이 6.927㎞, 해수면으로부터의 깊이가 최대 80m에 달하는 보령 해저터널은 충남 보령시 대천항과 보령 앞바다에 있는 원산도를 직접 연결해 대천항에서 원산도 북쪽에 있는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까지 시속 70㎞ 기준 약 6분 만에 갈 수 있게 해준다. 비슷한 속도로 원산도를 거치지 않고 영목항에 가려면 15배인 1시간 30분이 걸린다.

바닷속에 있는 해저터널은 육상터널과 모양과 제작 방법이 비슷하다. 하지만 수압, 부식, 해수 유입 등을 견디기 위한 시설이 필요하고 건설 환경이 육지보다 열악하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지 다양한 공법이 고안됐다. 초기 방식인 개착식 공법, 보령 해저터널 제작에 쓰인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등 해저터널 제작 공법을 살펴보자.

국내 최장 터널인 보령 해저터널이 2010년 12월 착공을 시작으로 약 11년의 대장정 끝에 완공돼 지난 12월 1일 개통됐다. (출처: 충청남도청)
국내 최장 터널인 보령 해저터널이 2010년 12월 착공을 시작으로 약 11년의 대장정 끝에 완공돼 지난 12월 1일 개통됐다. (출처: 충청남도청)

◇보령 해저터널 건설에 쓰인 NATM 공법

전 세계에 설치된 해저터널은 크게 네 가지 방법 중 하나로 만들어졌다. 터널을 만드는 장소에 따라 나누면 바닷속에서 터널을 만드는 NATM 공법과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 그리고 육지에서 터널을 일정 길이로 나눈 유닛을 만들어 바닷속에서 조립하는 침매 터널 공법과 바닷물을 뺀 후 터널을 만드는 개착식 공법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NATM 공법으로, 보령 해저터널과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을 잇는 구간에 포함된 한강 하저터널이 이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NATM 공법은 다이너마이트, 정밀폭약(FINEX) 등을 이용해 해저 아래 구멍을 낸 후 콘크리트 등을 벽에 뿜어 굳히면서 파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보령 해저터널 내부의 모습. 보령 해저터널은 해저 아래 구멍을 낸 뒤 콘크리트를 벽에 굳히면서 파고 들어가는 방식인 NATM 공법을 이용해 만들었다. (출처: 충청남도청)
보령 해저터널 내부의 모습. 보령 해저터널은 해저 아래 구멍을 낸 뒤 콘크리트를 벽에 굳히면서 파고 들어가는 방식인 NATM 공법을 이용해 만들었다. (출처: 충청남도청)

무른 지반에 폭발을 일으키면 지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지질조사를 통해 지반을 구성하는 암석 종류를 파악한다. 지반을 이루는 암석은 굳기에 따라 가장 딱딱한 극경암부터 경암, 보통암, 연암, 풍화암 등 5개로 구분하는데 보령 해저터널의 경우 원산도 쪽 지반은 보통암이 많고 대천항 쪽은 연암과 풍화암이 많다. 무른 지반일수록 조금씩 발파해야 안전하므로 대천항 쪽에서 터널을 팔 때는 하루에 약 2m 정도만 나아갔다.

공사 중에는 바닷물 유입을 차단하는 '차수'도 이뤄졌다. 해저지반의 암석 사이로 스며든 바닷물을 24시간 퍼내는 펌프를 작동시키고 터널에 막을 씌우는 '차수 그라우팅'을 한다. 굴착하는 터널의 가장 안쪽 벽에 속이 빈 철근을 여럿 꽂은 뒤 철근을 통해 시멘트를 강하게 뿌리면 시멘트가 암석 사이로 흘러 들어가 굳으면서 막을 형성한다.

◇배좀벌레조개를 본떠 고안된 TBM 공법

NATM 공법과 더불어 많이 사용되는 TBM 공법은 목재를 파고 들어가 굴을 만드는 '배좀벌레조개'를 본떠 고안됐다. 배좀벌레조개는 목재를 파고 파낸 나무 조각을 뒤로 보내는 동시에 굴 표면에 체액을 발라 단단하게 만든다. 이와 비슷하게 TBM 공법은 원통 모양으로 생긴 거대굴착 기계가 터널을 뚫고 동시에 터널이 무너지지 않도록 미리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벽에 붙이는 방법이다. 굴착할 때 생긴 암석과 토사는 기계 내부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해 뒤쪽으로 옮겨진다.

스위스 취리히 올리콘 기차역에 세워진 거대한 터널 굴착기(TBM)의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스위스 취리히 올리콘 기차역에 세워진 거대한 터널 굴착기(TBM)의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TBM 공법은 굴착부터 터널 벽을 만드는 공정까지 대부분의 공정을 기계가 하기 때문에 빠르고 안전하게 터널을 만들 수 있지만 굴착 기계 크기가 매우 크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지지용 벽으로 인해 기계 뒤쪽의 터널 반경이 기계의 폭보다 작기 때문에 '후진'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임무를 마친 굴착 기계는 대부분 회수하지 않고 재활용 가능한 부품만 빼고 나머지는 그대로 묻어버리거나 폐기 처분한다. 국내에서는 광주 도시철도 1호선 노선 중 남광주역과 도청역 구간이 TBM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개착식 공법과 침매터널 공법

초기 해저터널 건설에 쓰인 개착식 공법은 최근에는 잘 사용되지 않고 침매터널 공법 역시 NATM 공법과 TBM 공법보다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두 공법을 사용하기 어려운 지반에 해저터널을 건설할 때 사용된다.

개착식 공법은 경상남도 통영시에 있는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인 길이 483m의 '통영 해저터널'을 만든 공법이다. 터널을 만들 공간 양옆에 임시로 댐을 쌓아 고여있는 물을 퍼낸 후 바닥을 굴착해 터널을 만들고 물을 다시 채우는 방식이다. 폭탄이나 굴착 기계 같은 전문 장비가 필요하지 않지만, 댐을 세우고 철거할 때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통영 해저터널 모습. 1932년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터널시설로,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하는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이다.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통영 해저터널 모습. 1932년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터널시설로,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하는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이다.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침매터널 공법은 육지에서 일정 길이로 나눠진 터널 구조물을 만들고 배를 이용해 터널을 만들 장소까지 구조물을 운반해 물속에 가라앉힌다. 각 구조물은 양 끝이 벽으로 막혀있는데, 구조물끼리 접촉시킨 후 구조물 사이의 물과 벽을 제거하며 터널을 완성한다.

덴마크 롤란섬과 독일 페마른을 잇는 해저터널의 공사 모습을 나타낸 일러스트. 침매터널 공법으로 건설되고 있어, 그림처럼 일정 길이로 나뉜 터널 구조물을 육지에서 만든 뒤 바다 아래로 가라앉힌다. (출처: Femern A/S)
덴마크 롤란섬과 독일 페마른을 잇는 해저터널의 공사 모습을 나타낸 일러스트. 침매터널 공법으로 건설되고 있어, 그림처럼 일정 길이로 나뉜 터널 구조물을 육지에서 만든 뒤 바다 아래로 가라앉힌다. (출처: Femern A/S)

오는 2029년이면 덴마크 롤란섬과 독일 북부 페마른을 잇는 19km 길이의 해저터널이 건설될 예정이다. 총 길이가 현재 침매터널 공법으로 만들어진 해저터널 중 가장 긴 터널인 미국 바트(BART) 터널의 길이(5.8km)의 3배에 달한다. 이 해저터널이 완성되면 터널 안에 설치될 철도와 4차선 고속도로를 이용해 현재 배로 45분 걸리는 거리를 기차와 자동차로 각각 7분, 10분 만에 돌파할 수 있다.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긴 침매터널로 기록될 예정이다.

글: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