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유해 바이러스 사멸시키는 심자외선 LED 개발

흑연과 같은 반데르발스 층상물질인 h-BN(육방정-질화붕소) 활용
개발 소자가 심자외선을 강하게 내뿜는 것을 분광장비로 확인
살균시스템, 반도체 소자 제작공정, 근거리 무선통신 등에 활용 가능

코로나19 바이러스나 각종 유해 세균을 사멸시키는 LED가 개발됐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김종환 신소재공학과 교수, 통합과정 송수범·윤상호 씨 연구팀이 육방정-질화붕소(h-BN)를 이용해 심자외선 LED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h-BN 기반 심자외선 LED. 그래핀, h-BN, 그래핀 구조를 갖는 반데르발스 헤테로 나노소재를 이용해 강한 심자외선 빛을 방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식도.
h-BN 기반 심자외선 LED. 그래핀, h-BN, 그래핀 구조를 갖는 반데르발스 헤테로 나노소재를 이용해 강한 심자외선 빛을 방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식도.

심자외선 LED는 200~280나노미터(㎚)로 짧은 파장의 자외선을 내뿜도록 설계된 반도체 광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나 세균에 비추면 인체에 끼치는 해를 최소화면서 해로운 병원체를 사멸시킬 수 있다. 특히 심자외선은 피부 투과도가 극히 낮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질화알루미늄갈륨(AlxGa1-xN) 소재를 활용한 심자외선 LED 개발을 활발히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 소재는 파장이 짧아질수록 발광 특성이 급격히 저하되는 한계가 있어 심자외선 파장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LED 구현은 숙제로 남아있었다.

심자외선 LED를 개발한 연구팀. 왼쪽부터 김종환 포스텍 교수, 통합과정 송수범·윤상호 씨
심자외선 LED를 개발한 연구팀. 왼쪽부터 김종환 포스텍 교수, 통합과정 송수범·윤상호 씨

연구팀이 이용한 h-BN은 흑연과 같은 반데르발스 층상물질이다. 단원자 층 구조가 그래핀과 비슷하고 외관이 투명해 '화이트 그래핀'이라고도 불린다. AlxGa1-xN과 달리 심자외선 영역에서 밝은 빛을 내 심자외선 LE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신소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큰 밴드갭 때문에 전자와 정공을 주입하기 어려워 LED로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h-BN 나노박막에 강한 전압을 걸어주면 터널링 효과에 의해 전자와 정공을 주입할 수 있음에 착안했다. 이에 따라 그래핀, h-BN, 그래핀이 쌓인 반데르발스 헤테로 나노소재를 기반하는 LED 소자를 제작했고, 실제 소자가 심자외선을 강하게 내뿜는 것을 심자외선 분광 장비를 통해 확인했다.

김종환 교수는 “새로운 파장 영역에서 고효율 LED 신소재 개발은 기존에 없었던 획기적인 광소자 응용 분야 개척에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차세대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 h-BN을 이용해 최초로 심자외선 LED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앞으로 바이러스와 세균의 살균 시스템, 반도체 소자 제작 공정, 근거리 무선 통신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 사업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