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몸에 CT를 투영', AR+CT기술 임상 돌입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수술 환자 병변을 정확히 짚어내는 의료기기 스키아가 새해 초 임상에 들어간다. 주말 서울 구로구 스키아에서 관계자들이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수술 환자 병변을 정확히 짚어내는 의료기기 스키아가 새해 초 임상에 들어간다. 주말 서울 구로구 스키아에서 관계자들이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외과 수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증강현실(AR) 기술이 임상에 들어간다. 의료 현장에서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 상용화를 코앞에 뒀다. 이종명 스키아 대표는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탐색 임상(2상 해당) 허가를 받아 이르면 새해 1월 스키아 제품을 활용한 수술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은 AR를 활용해 환자 몸과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정합'(image registration), 치료 부위(병변)를 표시(마킹)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술은 영상의학 전문의가 CT 영상을 보고 환자 피부에 병변 위치를 직접 마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마킹 과정을 거치더라도 정작 수술대 위 환자의 위치와 자세에 따라 마킹 부위 및 병변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스키아는 딥러닝과 AR 기술로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태블릿을 통해 병변이 표시된 CT와 환자 몸 정합 영상을 실시간 표출하면 의료진이 마킹하는 방식이다. 이준우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스키아는 CT 영상을 수술대 위 환자 몸에 그대로 투영하는 도구”라면서 “병변 위치와 깊이를 정확히 알 수 있어 환자 몸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병변만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해외에 CT 영상과 AR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대부분 뼈나 피부에 정합과 추적을 위한 마커를 박거나 설치하는 방식으로, 정확도 대비 안정성이나 실용성이 떨어져 상용화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스키아는 마커 없이 공간과 환자 몸을 통째로 스캔하고 추적하는 '슬램'(SLAM) 기술로 기존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는 3차원 깊이 센서를 이용해서 공간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실시간 방식으로, 오차가 적다.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어 AR 핵심 기술로 꼽힌다.

스키아는 임상시험을 일단 유방 관련 수술에 적용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2022년 탐색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23년 확증임상(3상 해당)으로 적용 사례를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식약처로부터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받고, 존슨앤존슨 퀵파이어 챌린지에서 수상해 멘토링과 데이터를 지원받고 있다. 아산병원과 연구중심병원 과제협약을 체결해 AR를 이용한 얼굴 성형수술 가이드 연구를 진행하고, 중앙대 정형외과·비뇨기과와의 연구 진행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특허등록도 마쳤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스키아 기술의 임상이 필요한지 묻는 '프리서브미션'을 신청했다. 2022년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가전전시회 CES에 나가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상대로 제품과 기술을 공개한다.

스키아는 게임과 의료업계가 만나 탄생했다. 게임사 올엠을 이끌던 이 대표가 만든 가상현실(VR) 게임을 체험한 이준우 이대목동병원 교수가 “외과 수술에 활용해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이 교수는 “스키아 기술이 상용화되면 '서저리 플랜'(수술 전 계획)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수술 상향평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수술 파트별로 특화한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할 것”이라면서 “환자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의대 수련 단계에 스키아를 적용, 의료진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