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을 따라 하며 경쟁력을 키운 중국 게임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짝퉁'이라고 비웃던 중국 게임에 기획, 기술, 비즈니스모델(BM) 설계 등 모두 영역에서 뒤처진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16일 앱분석업체 센서타워가 집계한 2021년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톱9에 한국 게임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20년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이름을 올렸던 구글플레이 기준 통계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1위는 화평정영(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중국), 2위는 왕자영요(중국), 3위는 원신(중국)이 차지했다. 로블록스(미국), 코인마스터(이스라엘), 포켓몬고(미국), 캔디크러시사가(미국), 가레나 프리파이어(싱가포르), 우마무스메프리티더비(일본)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5개 게임 중 중국 게임이 3개다. 중국 내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1, 2위와 달리 원신은 글로벌 흥행을 기반으로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50%가 넘는다. 원신은 2020년 출시 당시 2주간 1억달러를 벌며 중국 자체 지식재산권(IP) 중 가장 큰 성공을 일궈 냈다. 제작 초기부터 일본 닌텐도 '젤다의 전설'을 따라했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모바일, PC, 콘솔 버전 모두 완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은 전체 시장의 매출 7%가량을 차지한다. 세계 4위권이다. 그럼에도 국내 흥행작이 전체 글로벌 매출 순위 상위권에 없다는 것은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게임 인기나 구매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반영한다.
지난 연말 구글, 애플 앱마켓이 선정하는 올해의 게임에서도 국산 게임의 추락이 확인된다. 한국은 넷마블 '마블 퓨처 레볼루션'이 '올해의 아이패드 게임',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가 인도 구글 마켓에서 선정된 것을 제외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작게임을 말하는 AAA급 시장에서도 격차가 벌어진다. '블랙미스 오공' 'SYN'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 등 중국에서 개발 중인 게임의 화제성에 비해 한국 게임은 출시작도 적고 무게감도 낮다.
중국게임은 한국게임과 마찬가지로 서구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했다. 강점인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서구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지 않은 까닭이다. 다만 중국은 고도화된 BM 설계와 장르 다양화, 빠른 업데이트, 대응 속도로 극복했다. 한국 기업이 확률형아이템 확률 응용에 집중하는 동안 철저하게 게임성을 고려한 BM 설계로 합리적인 평가를 받는 미묘한 선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장르도 MMORPG 일색인 한국에 비해 전략, 캐주얼, 슈팅 등으로 다변화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