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99>그 숨겨진 논리를 찾아

양면시장(two-sided market). 이곳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는 만난다. 여기선 묘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다른 곳이라면 돈을 낼 때 내지 않기도, 심지어 받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것처럼 광고주와 독자를 묶었을 때 진정한 현대 언론이 탄생했다고도 말한다. 아돌프 옥스(Adolph Ochs)의 뉴욕타임스,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의 뉴욕월드, 신문왕 윌리엄 허스트(William Hearst)의 미디어 제국도 이렇게 탄생했다는 주장이다.

혁신의 기회와 원천은 어디서 올까. 기업 입장에서는 따져야 할 것이 많다. 물론 일부는 기업 내부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큰 변화는 기업을 등 떠밀 듯, 손짓하듯 외부로부터 다가올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속한 비즈니스와 시장의 작동원리에는 익숙해야 할 법하다. 하지만 정작 누군가는 “자신이 속한 비즈니스의 경제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른 채 동떨어진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대기업이건 혁신기업이건 가릴 것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애플이라면 어떨까. 1984년 1월 23일 애플은 매킨토시를 내놓는다. 기존 개인용컴퓨터와는 아예 다른 물건이었다. 9인치 본체 일체형 모니터에 그 유명한 마우스, 다양한 서체와 그래픽, 워드프로세서를 담았다. 이 서체들은 스티브 잡스가 대학 자퇴 후 손글씨 과목을 청강하며 매료된 아름다움을 담은 것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84년 슈퍼볼 광고는 애플의 혁신을 상징했다.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복도를 지난다. 컴컴한 큰 강당에 줄지어 앉아서 자신을 세뇌하는 비디오를 멍한 눈으로 본다. 그때 커다란 망치가 날아들고, 스크린을 깨뜨린다. 이때 이런 자막이 올라온다. “1984년은 (매킨토시가 없는) 1984년과 같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멋진 제품을 가졌다. 하지만 자만심 때문이었을까. 매킨토시를 출시하며 애플은 프로그램 개발자들에게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에 1만달러를 부과한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용 개발 키드를 개발자라면 공짜로 제공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금지 소송을 시작할 즈음 윈도는 매킨토시보다 6배나 많은 프로그램이 나와 있었다. 매킨토시는 쓸만한 소프트웨어는 적고 비싸다는 인식으로 굳어졌다. 만일 당신이 2495달러, 지금 돈 6000달러를 넘게 들인 소비자라면 어떨까. 결론은 우리 모두 안다. 너무나 멋진 제품은 매장에서 감상하기만 할 뿐 매번 다른 선택을 하고 있었다.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코비신트(Covisint)는 자동차 부품의 기업 간 거래 플랫폼을 구상한다. GM은 물론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내로라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참여했다. 그러니 이제 부품업체만 잔뜩 들어오면 플랫폼은 완성될 터였다. 그런데 지지부진했다. 부품을 사 갈 기업만 있으면 당연히 모일 줄 알았던 부품업체를 끌어들일 수 없었다.

정작 공급업체는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가격은 떨어질 걸 걱정하고 있었다. 많이 모이면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가 생긴다는 상식과는 반대였다. 그러니 다들 눈치만 볼 뿐이었다.
시장은 그 나름의 모양새를 띤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검색 한 번에 가격을 비교해서 죽 보여 주는 그 흔한 방식 대신 우수 매장 한 곳을 선택해 주는 비즈니스도 성업 중이니 누군가는 상식의 반대편에서 얼마든 번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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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