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창간 40주년을 맞아 연중 특별기획 시리즈로 △산업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에너지 전환 △ESG 경영 전환을 주제로 대한민국 대전환 방안을 모색한다. 분야별로 앞서가고 있는 해외 선진 현장을 탐방하고, 우리의 현주소와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도출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개선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국내 기업 중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디지털 전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 개혁은 등한시한 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만 매몰돼 있다. 기업들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당장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다가왔다.
◇대세가 된 디지털 전환, 산업 부문은 과제 '산적'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적인 '대봉쇄' 시대를 불러왔다.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로 일컬어지는 '대침체'에 이어 세계 경제에서 파급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꼽힌다. 한편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강화된 봉쇄 전략과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로 디지털 기술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조 현장에 접목하던 디지털 기술을 제품·서비스에서 구현하는 방안을 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제 대세로 자리잡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신산업으로 성장성을 주목받은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이 미국 소비자 2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커넥티비티&모바일 트렌드 서베이'에 따르면 건강과 체력 관리를 위한 스마트폰 사용이 팬데믹 기간 50%가량 늘었다. 또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한 후에도 헬스케어 관리를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겠다는 응답자는 70%에 달했다.
디지털 전환은 소매시장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유통분야 공룡인 아마존은 물론 나이키, 자라, 로레알 같은 서구권 기업은 공정 관리와 소비자 경험에 디지털을 접목하고 있다. 한 예로 자라(Zara) 모회사인 인디텍스(Inditex)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강화를 위해 27억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2019년 기준 14%인 온라인 매출 비중을 올해 25%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반면 산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서비스 분야만큼 쉽지는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디지털 전환 대응 수준이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해 국내 중견기업 41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 93.1%가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로 추진 중인 기업은 19.5%에 불과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41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의 디지털 성숙도 조사'에서도 국내 중소기업 디지털 성숙도는 100점 만점에 41.4점에 불과했다.
성윤모 한국산업기술대 이사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활용률을 보면 유통과 금융 분야가 20% 수준인데 산업 부문은 1%도 안 될 것”이라면서 “많은 데이터를 사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산업 부문이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에너지 전환, 국내 장벽 많아
세계 각국은 2050~206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제로)'로 만들기 위한 '탄소중립'을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선언했다. 또 주요국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탄소중립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전환 흐름에 동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천명했다. 또 지난해 11월 UN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는 관련 정책을 수립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기존 제조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과정에서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제조업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높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자원 또한 빈약하기 때문이다.
주요국과 격차도 상당하다.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확대 모범국가로 삼고 있는 독일은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원 중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 통계사이트 에너데이터(Enerdat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독일 전력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율은 43%로 절반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한 셈이다.
에너지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무엇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나라 현실을 인정하고 전력시장 개혁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요금 제도 하나도 제대로 바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2030 NDC, 나아가 탄소중립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면서 “지금부터라도 수치에 집착해서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에 필요한 규제, 제도 개혁에 치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경영, 우리나라도 본격화
ESG 경영은 기업의 경제·사회·환경 책임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경영 패러다임을 말한다. 기업 이윤 추구 외에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과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경쟁력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기업 재무제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중장기 기업 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속가능성 평가 지표로 작용한다.
세계적으로 ESG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투자도 ESG로 몰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세계 ESG 투자자산 규모는 2012년 13조3000억달러에서 2020년 40조5000억달러로 8년새 3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ESG 투자 비중이 컸다. 2018년 기준 ESG 투자 국가별 비중은 유럽과 미국이 각각 46%와 39%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이 7%를 기록하면서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SRI)를 중심으로 ESG 투자가 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전체 자산 50%를 ESG 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향후에는 국내 기업 ESG 투자가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야 한다.
특별취재팀 kx@etnews.com
팀장=양종석 산업에너지환경부 데스크, 문보경·이준희·류태웅·변상근·윤희석·박진형·권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