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에너지사업자, '고사' 위기…“팔수록 손해”

지난해 10월부터 수익 하락
연료비 뛰는데 열요금 동결
"한시적으로 도매요금 인하"
업계, 정부에 특단대책 요구

집단에너지사업자, '고사' 위기…“팔수록 손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열생산 및 열 판매 단가

전국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열을 팔아도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열요금을 전기·가스요금과 같이 동결했기 때문이다. 특히 열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는 공기업이 완충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기·가스 분야와 달리 민간사업자가 고스란히 적자를 떠안아야 한다. 업계는 한시적으로 도매 요금을 낮추는 등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3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열 병합발전 연료비가 열 판매단가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열요금은 현재 Gcal당 6만5000원 수준으로 동결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도매가격이 100㎿ 미만 열 병합발전에 적용되는 '도시가스' 열생산 연료비가 열요금을 넘어섰고 100㎿ 이상 열병합발전에 공급되는 '발전용 LNG' 가격도 11월부터 요금을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현재 연료비 수준을 감안할 때 팔 때마다 30%가량 손해를 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기준 도시가스 열생산 연료비는 Gcal당 9만9000원, 발전용 LNG는 Gcal당 9만5000원으로 열요금을 3만원 넘게 초과했다. 지난해 4월부터 열생산 연료비가 급격히 치솟은 결과다. 현재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열을 팔면 팔수록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올 겨울 날씨가 추워 판매량이 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전기, 가스, 열 등 에너지 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열요금은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변동에 연동돼 조정받는다.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이 동결되면서 열요금 또한 동결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열요금 동결은 각 지역에 열과 전력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에 '직격탄'을 날렸다. 공공요금인 전기와 가스는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적자를 떠안거나 향후 연동유보 손실분(미수금)을 보상받을 수 있다. 개별난방을 공급하는 도시가스사는 원료비가 동결돼 민간사업자임에도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도시가스사와 같이 난방열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는 민간 사업자가 고스란히 적자를 떠안고 있다. 원가구조가 취약한 일부 사업자는 운영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원료비 인상분에 대한 열요금 반영과 손실분 보상을 강력히 촉구했다. 열요금도 가스요금처럼 한국지역난방공사 열 공급 규정을 개정해 원료비 연동 유보로 발생한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 시 열요금 상한기준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거나 열요금 산정에 기준이 되는 지역난방공사 투자 보수율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장 열요금 인상이 어렵다면 특단 대책으로 사업자 손실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가스용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집단에너지사업자의 '발전용 가스 도매요금'을 '도시가스 도매요금'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했다.

특히 열 공급 의무를 따르는 집단에너지사업자 열 제약발전은 일반 발전용과 분리해 한시적으로라도 도매요금을 낮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의무를 따르면서 막심한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LNG 수입관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거나 집단에너지용 LNG 개별소비세를 면제하는 등 세제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집단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역난방은 한전과 가스공사가 파도를 막아주는 전기·가스와 다르게 모든 손실을 사업자가 져야 한다”면서 “똑같은 난방을 공급하지만 도시가스 사업자는 일정 수준 수익을 가져가는데 반해, 지역난방 사업자는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자구책에도 나섰지만 이 수준으로 감당할 규모가 아니다”면서 “정부 차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