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쏟아지는 리튬 배터리 쓰레기… 재활용 해결책은?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지금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충전용 배터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바로 이 고사성어와 같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4차산업혁명을 이끌 원동력으로 주목받던 에너지 저장기기가 바로 리튬이온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을 소재로 만들어진 배터리로, 이전까지 사용했던 니켈수소배터리에 비해 가볍고 용량이 크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디지털기기나 전기차에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그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이제는 버려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처리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실제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오는 2030년경이 되면 전 세계에서 약 1200만톤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전기차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리튬이온배터리의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30년경이 되면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Shutterstock)
<전기차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리튬이온배터리의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30년경이 되면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Shutterstock)>

이처럼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와 관련해 부정적 전망이 나오게 되자 최근 들어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사용 연한이 끝난 폐리튬이온 배터리 처리방안을 모색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2030년경 폐리튬이온배터리 대거 발생 전망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8~10년 정도 지나면 충전량이 현격히 줄어들어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따라서 지난 2010년대 중반 즈음에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의 상용화가 본격화된 만큼, 2025년을 전후로 하여 폐리튬이온 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재활용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려면 일단 분해해야 하는데 폭발하기 쉬운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보니 상당히 조심스럽게 작업해야 하기에 분해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가의 분해 비용으로 인해 재활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보다 새 배터리를 제조하는 것이 더 저렴한 만큼, 버려진 리튬이온 배터리 중에서 재활용되는 것은 약 5%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 외에도 폐리튬이온 배터리는 환경에 치명적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리튬과 산화코발트, 그리고 망간 및 니켈 등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들 성분을 '유독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따라서 폐리튬이온 배터리를 별도의 처리 과정 없이 그냥 땅에 매립할 경우, 폐배터리에서 나온 전해액과 전극에 사용한 중금속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또한 소각해도 유해 물질이 배출되고, 채굴 과정에서도 톤당 약 227만리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므로 친환경적 제품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초음파 및 유기물 등을 활용한 다양한 분해 방식 연구

그렇다면 폐리튬이온 배터리의 재활용을 위한 연구개발은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었을까.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와 관련해서는 유럽의 영국과 독일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패러데이연구소 경우 저렴하면서도 안전한 폐리튬이온 배터리 분해를 위해 초음파를 활용하고 있다. 연구소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폐리튬이온 배터리 표면에 초음파를 집중시켜 작은 거품을 만든 다음, 이를 통해 표면을 덮고 있는 코팅을 파괴하는 방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패러데이연구소는 초음파를 이용해 폐리튬이온배터리를 분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출처: Faraday institution)
<영국 패러데이연구소는 초음파를 이용해 폐리튬이온배터리를 분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출처: Faraday institution)>

이 같은 재활용 방식은 기존의 습식제련 분해 방식보다 더 저렴하면서도 더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한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거대 규모의 배터리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까지 갖추고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역시 패러데이연구소와 비슷하게 초음파를 이용해 폐배터리를 분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셀의 개별 구성요소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초음파를 충격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포함해 모든 리튬 기반 고체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프라운호퍼 연구소 측 설명이다.

반면에 영국이나 독일의 연구소들과는 달리 미국은 유기물을 활용한 친환경적 폐배터리 분해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텍사스 A&M대 연구진은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에 유기물을 적용해 분해가 가능한 폐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분해가 되어도 남는 폐기물이 상당히 많지만, 유기물이 적용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소재 대부분이 분해되기 때문에 재활용이 보다 쉬워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의견이다.

미국 텍사스 A&M대 연구팀은 단백질의 구성요소인 폴리펩티드를 사용한 유기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산성 조건에서 아미노산 등으로 쉽게 분해 가능하다. (출처: Nature)
<미국 텍사스 A&M대 연구팀은 단백질의 구성요소인 폴리펩티드를 사용한 유기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산성 조건에서 아미노산 등으로 쉽게 분해 가능하다. (출처: Nature)>

시작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다양한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수산화 리튬 형태'로 추출한 후, 다른 주요 물질인 니켈과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SK이노베이션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폐배터리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성분만 뽑아내 새로운 배터리에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국내외에서 충전용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소들은 보다 근본적인 배터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진 안전성 및 경제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지만, 바나듐이나 나트륨 같은 소재를 활용한 충전용 배터리가 연구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