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27>메타버스로 진화하는 스마트시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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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꾸준히 진화해 온 인류 역사와 도약의 순간에는 언제나 핵심 기술이 있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지금까지 어떠한 기술이든 탄생 시점과 별개로 우리가 적극 사용할 때 비로소 그 존재 가치가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기술 및 디지털을 통해 시시각각 도시 환경이 변화하는 이 시대에 사람, 즉 기술 사용자는 스마트시티의 진정한 의사결정자이자 스마트 도시로의 전환을 만드는 장인(匠人)이라 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전체 인구가 약 130만명, 우리나라 국토 대비 약 45% 크기의 도시국가다.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 기술 전략 및 혁신 활동을 통해 현재 세계 최고의 디지털 성과를 내는 국가 중 하나다. 짧은 기간 내 급격한 성장과 더불어 스마트시티에서 메타버스 국가로 발돋움한 에스토니아의 핵심 공식은 무엇인가. 지난 기고에 이어 디지털 접근성(Accessibility) 및 사용자 친화성(User-friendliness) 관점에서 살펴보자.

에스토니아는 첫 번째로 도시 내 기술의 핵심 사용자인 시민들을 위해 디지털 접근성 향상에 주력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컴퓨터 지원, 공공 와이파이 같은 기반 구축뿐만 아니라 시민 스스로 디지털을 사용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갖춘 접근방식이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인간 중심 문제 해결 방식인 디자인 싱킹을 활용해 사용자인 시민이 디지털 도구와 환경을 제대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단계별 활동을 설계, 지원했다. 일례로 교육부터 바꿨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코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문화에 대한 기본 이해를 위해 '코드와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기술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서 학습하도록 했다.

교육 대상은 시민뿐만 아니라 또 다른 기술 사용자이자 의사결정자인 정부 고위 관계자와 공무원도 포함했다. 그들 역시 사용자 중심 공감과 이해에 기반한 디자인 싱킹을 학습, 체득했다. 이로써 각 부처 및 해당 부서에서 사용자인 시민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키는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고, 시민들과 실질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했다.

두 번째, 사용자 친화성을 살펴보자. 사용자 중심으로 디지털에 접근한 그들은 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핵심 목표로 '사용자 친화성'을 꼽는다. 전 국민의 98%가 소유한 디지털 신분증이 대표 사례다. 디지털 신분증은 개인 식별 코드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모든 유형의 거래와 절차를 인증하고 서명하는 데 사용된다. 건강 관리를 포함한 정부의 모든 문서 및 서비스에 사용자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 에스토니아 국민이 디지털 기술을 잘 사용하는 이유의 하나로 대변되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정보가 들어간 디지털 신분증을 국민은 어떻게 믿고 수용할 수 있는 것일까. 에스토니아 국민은 개인정보 이슈, 시스템 에러 및 오남용 등 디지털 신분증을 통한 부정적인 가능성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기술을 적용함에 사용자 중심 접근방식을 통해 시민 친화적으로 구현된 '사용자와 정부 시스템 간 신뢰' 때문이다. 이 신뢰는 단순히 기술이나 정부에 대한 믿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믿음을 어떻게 확인하고 상호작용하는지 그 흔적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정부 부처와 경제 영역에서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기반의 과학기술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사용자 친화를 핵심 목표로 스마트시티 및 메타버스까지 연계 중인 나라가 에스토니아다. 그들의 대담한 행보는 사회주의를 벗어나 새로운 국가를 구현함과 동시에 국토 공간을 넘어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활동적인 디지털 대륙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 국가로의 성장 과정과 성과를 보여 준다. 디지털 지구 시대, IT 강국을 넘어 디지털 패권 국가로 명맥을 이어 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 중심 관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