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테슬라의 자율주행 카메라는 라이다를 이길까?

[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테슬라의 자율주행 카메라는 라이다를 이길까?

우리의 일상생활을 영원히 바꿀 자율주행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카메라'와 '라이다'가 참전했다. 카메라는 사람 눈처럼 렌즈와 센서로 빛을 감지해서 동영상을 생성한다. 라이다는 박쥐의 초음파 야간비행처럼 레이저 광선을 발사하고, 반사 신호를 감지해서 반사체까지 거리를 측정한다. 카메라는 '수동적', 라이다는 '능동적' 장비다.

완전 자율주행의 승자는 누굴까. 싱겁게도 정답은 두 기술을 잘 통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승부는 냉혹하다. 승자는 미래산업의 아이콘이 되고 패자는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다. 최종승자는 누굴까. 몇 번의 사고를 겪은 테슬라의 머스크는 “라이다는 바보의 소모품(a fool's errand)”이라며 '카메라 진영'의 포문을 열었다. 우버, 웨이모, 크루즈를 포함한 더 많은 회사는 '라이다 진영'에 남았다. 반사체까지 거리를 정밀하게 계측하는 라이다가 정말 값만 비싼 바보들의 장난감일까, 또 하나의 머스크식 노이즈 마케팅일까.

라이다는 정밀한 3D 형태 인식이 가능하고, 작은 물체도 탐지한다. 빛의 반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려진 물체는 탐지할 수 없고, 빛을 일부는 흡수하고 일부는 반사하는 현상인 '색상'은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이다. 레이저 광선을 잘게 조각내 펄스로 발사해서 반사돼 오는 시간을 측정해 '정밀한 흑백 3D 표면윤곽 영상'을 '점묘법'으로 제공한다. 비싼 가격을 빼면 기술적으로는 라이더가 카메라보다 정밀해 보인다. 하지만 세상에 충만한 빛을 렌즈로 영상화하는 카메라보다는 해상도와 에너지 밀도가 낮다. 카메라는 물체까지 거리를 직접 측정하지는 않지만 '색상' '표면 질감' '물체의 연속성' 인식에 충분한 고밀도 연속 동영상을 제공해서 '표면윤곽'을 구성하는 전봇대, 보도블록, 상자, 화분 등 개별 사물을 식별하고 도로 주변의 모습을 재구성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사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공간 재구성에 활용된다는 뜻이다.

하드웨어적 특성만으로는 어느 기술이 더 유리하다 말하기 어렵다. 문제는 소프트웨어(SW)다. 라이다 기반의 자율주행 SW는 개별 라이다 장비의 하드웨어(HW)적 특성을 기준으로 개발된다. 장비 특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좋은 SW를 만들 수 있고, 장비가 업그레이되면 SW도 수정돼야 한다. SW 자체의 궁극적 지향점인 '최종게임'(End Game)은 불분명해지는 것이다. 복잡한 SW는 협업으로 개발된다. 거대 SW는 만들기도 어렵지만 한 번 만든 SW를 갱신하는 것은 새로 만들기보다 더 어렵다. 장비의 발전으로 센서와 파라미터가 변경될 때마다 '최종게임'이 변경되면 SW 프로젝트는 혼돈에 빠진다. 거대 SW 개발에 탄탄한 개념 설계와 궁극적 지향점인 '최종게임'의 명확한 설정이 중요한 이유다.

'눈'이 지향하는 '최종게임'은 간결하다. 3차원 공간에서 빛으로 감지 가능한 도로 주변의 모든 사물을 하나하나 식별하고 온전히 재구성해서 이 정보를 자세하게 자율주행 SW에 전달하는 것이다. 해상도나 색상 재현능 등 HW 특성과 무관하게 SW의 '최종게임'은 정해졌다. 개발자는 최종게임을 목표로 협력한다. 더 좋은 카메라가 나와서 더 높은 해상도와 적외선 영역까지 감지해 주면 더 좋아질 뿐이다. 우리의 눈은 '수동적' 센서가 아니다. 시신경 다발엔 눈에서 뇌로 가는 '감각' 신경세포보다 오히려 뇌에서 눈으로 나가는 '명령' 신경세포가 더 많다. 세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으로 감지되는 연속 동영상을 끊임없이 처리해서 '최종게임'인 눈앞 공간을 재구성한다. 우리의 눈은 HW와 SW가 통합된 매우 '능동적' 장치다. 머스크가 고성능 컴퓨터 '도조'를 만들고 '최종게임' 달성에 필요한 연산능력에 투자하는 이유다. 라이다로도 최종게임을 정할 수 있다. 정밀한 흑백 3D 표면 윤곽의 '점묘법' 영상이다. 그 대신 세상 사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새로 구축해 가야 한다. 생물의 광센서는 약 5억년 전 캄브리아기에 출현했다. 점묘법을 쓰는 곤충의 겹눈에서 척추동물의 렌즈로 진화하는데 약 3억년이 걸렸다. 삼원색과 양안 입체 시각의 진화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 더 많은 고기 섭취가 필요한 더 큰 뇌가 필요했다. 물론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고, 양 진영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박쥐의 초음파 레이더는 야간비행에 적합하고, 밝은 날 가시덤불을 헤치며 사냥감을 쫓는 매는 현란한 고난도 비행술을 보여 준다. 보조기술의 통합이 중요하다. 테슬라도 8대의 카메라 외에 12개의 초음파, GPS, 레이더, 관성계, 핸들과 페달 센서 등을 사용한다. 비싼 가격 외엔 라이다의 도움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성공방정식은 최고의 '최종게임'을 중심에 놓고 그 위에 나머지 기술과 보조기능을 통합해 가는 관점이다. SW 관점에서는 그렇다는 뜻이다. SW가 더 중요한 시대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교수juha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