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28>메타버스로 진화하는 스마트시티(3)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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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 인수위 가동과 동시에 '디지털플랫폼 TF'를 구성할 만큼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대한 새 정부 의지가 뜨겁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발표한 첫 공약이었던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서비스 혁신 △디지털 혁신 △정부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하는 듯하다.

이는 기존에 추진된 '서비스 및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지원자, 촉진자'의 개념인 '플랫폼 정부'로서 정부의 역할을 꾸준히 이어가되, 인공지능(AI)와 데이터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전환해 국민과 함께 공공 서비스를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방향은 국가, 도시, 가상세계 등 주요 대상은 다르지만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 중심 관점에서 함께 상호작용하며 더 나은 삶의 가치를 창출해나가는 장(場)이라는 개념에서 플랫폼 정부와 스마트시티, 메타버스까지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운영을 국가 중심이 아닌 국민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과 함께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현하는데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인간중심의 혁신 사고방식인 디자인 싱킹을 통해 살펴보자.

도시경제학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에드워드 글래이즈는 '도시의 승리'라는 그의 저서에서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며, 도시는 '사람들 사이에 물리적 공간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성공적인 도시의 핵심은 살아가는 사람 사이의 연결, 그리고 연결을 통한 새로운 가치(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등)와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스마트시티와도 연계되며, 여기서 스마트한 기술은 사람들의 연결을 쉽고 빠르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조력자 역할을 한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써 스마트시티뿐 아니라 가상과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메타버스까지, 최근 디지털은 그 역할과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지난 기고에서 소개한 에스토니아를 들 수 있다. 그들이 타 국가 대비 빠르게 진화한 디지털 정부로 손꼽힐 수 있었던 이유는 △시민 중심의 디지털 접근성 △사용자(시민) 친화성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다.

상호운용성은 초기 IT분야에서 주로 사용된 단어로써, 사전적으로 특정 시스템이 타 시스템과 아무런 제약 없이 서로 호환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을 의미한다. 이는 최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도 활용된다. 결과적으로는 이종 시스템이 특별한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잘 연결돼 지속적으로 함께 작동하는 능력을 뜻한다.

상호운용성은 데이터 기반 디지털 정부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으로써 디지털 정부의 중추 시스템인 엑스로드(X-ROAD)를 대변한다. 즉,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국가,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와 정보 시스템을 연결하고 사용자인 국민 입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호운용을 위한 데이터 연계를 위해 '통합'이라는 단어와 기능에 매몰되지 않고 사용자 중심의 접근성과 친화성이라는 본질적인 이유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20여 년에 걸친 이러한 노력으로 그들은 자국뿐 아니라 핀란드 및 타 국가와 연합하여 국경 간 데이터 교환 생태계를 구축, 성장시키고 있다. 엑스로드는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35개국 이상이 활용 중이기도 하다.

디자인 싱킹 관점에서 필자가 바라본 엑스로드의 핵심은 앞선 세 가지 핵심 목표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사용자를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물론 디지털을 활용하는 최종 사용자, 공공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공무원 등 누구도 엑스로드의 실체를 본 적도 없고 전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호운용성의 핵심은 어떠한 시스템이든 간에 사용자를 중심으로 더 손쉬운 접근과 친근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작동되도록 하는 것 아니겠나.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