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29>메타버스 도시를 위한 디자인 싱킹(1)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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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과 관련 산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생태계 개발지원 사업'을 공모했다. 이 사업은 과기정통부가 작년부터 추진해 온 '5G콘텐츠 플래그십 사업'의 연장선으로, 민간의 혁신기술 사업화까지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트렌드와 맞물려 최근 '메타버스 도시'라는 개념이 전국의 광역단체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과기정통부 발표에 따르면 메타버스 도시란 지리·지역·도시정보를 바탕으로 현실과 가상세계가 융합되는 메타버스 기반의 플랫폼 도시를 의미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최근 공공에서는 '메타(버스) 도시'라는 개념을 지역 관점에서 정의하고,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고민해서 해당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메타버스 도시는 어떠한 모습이 될 것인가. 단순히 정책이나 사업 차원이 아니라 인간 중심에서 좀 더 의미있는 '필요성'(Needs)을 발견해 내고, 재구성하고, 해결해 가는 창의적 문제 해결 방식인 디자인 싱킹을 통해 메타버스가 도시를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우선 메타버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올해 초 정부는 범부처 합동으로 '메타버스 신산업선도전략'을 발표하면서 메타버스를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공간에서 △사람·사물이 상호작용하며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세계(플랫폼)로 정의했다. 이러한 메타버스 개념은 앞에서 말한 사업과 같이 주로 기술적으로 구현된 '디지털 플랫폼'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플랫폼에서의 핵심은 메타버스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로블록스, 디센트럴랜드, 제페토까지 메타버스는 우리가 생성한 컴퓨팅 환경을 통해 다른 사용자들과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모든 가상과 현실의 융합공간을 포함하며,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온라인 접속만 가능하다면 일반 인터넷 브라우저나 모바일 및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기반의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컴퓨팅 장치를 통해 이동이 가능하며, 우리는 선택에 따라 다양한 가상현실·융합현실 세계에 몰입해서 여러 형태의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타버스와 관계한 모든 것이 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메타버스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즉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지역, 건물 등 물리적 세계와의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상세계와 연동됨으로써 발생하는 n차적 연쇄 효과를 통해 다시금 우리의 아날로그 생활로 영향력이 되돌아오는 결과를 보여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예로 구글 자회사 사이드워크랩스는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스마트 도시 개발에서 기존의 프로세스로는 도시의 복잡하고 경쟁적인 우선순위와 제약 조건을 설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파악하였다. 이에 시민 중심으로 도시의 니즈를 다시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향에서 개발자, 건축가, 계획자, 도시 디자이너를 포함한 도시개발팀이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간과 비용 제약을 넘어 가장 적합한 최종 해결 방안을 빠르게 식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토타입 도구 '델브'(Delve)를 개발했다. 이는 기계학습을 사용해서 주어진 프로젝트에 대한 수백만 가지의 설계 가능성을 탐색하고, 이러한 설계의 영향을 측정해서 개발팀이 가장 적합한 도시설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고 프로젝트의 경제적 목표를 초과하는 동시에 거주자와 기업의 삶의 질을 개선하도록 돕는다.

단편적으로 생각한다면 단순히 하나의 도시를 메타버스 플랫폼에 디지털화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그들이 추구한 디지털화의 진정한 혜택은 단순한 비즈니스 또는 도시 프로세스의 자동화나 효율화가 아니다. 기존 프로세스를 변경하고 변화해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듦으로써 메타버스를 활용해 도시 관점에서 시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재창조하고 제공하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의 모습을 바꿔 나가고 있다. 또 우리가 주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10~20년 내 메타버스가 누구에게나 지금의 스마트폰과 같은 일상이 될 것이라고 예견되는 지금 더 나은 일과 놀이와 생활의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 맞는 메타버스 도시를 다시 한번 재구상해 보면 어떨까.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