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농기계 63억원어치 훔쳤다...약탈 범죄 조직화"

스키타이 황금 장신구 등 값비싼 유물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점령지역에서 곡물이나 건축자재에 이어 농기계까지 훔쳐 가고 있다고 CNN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멜리토폴시를 점령했던 러시아군은 한 농기계 판매점에서 한 대에 30만달러(약 3억8000만원)에 달하는 콤바인수확기를 비롯해 모두 500만달러(약 63억원)에 이르는 농기계 장비를 훔쳐 갔다.

CNN은 최근 발생한 농기계 장비 절도사건은 러시아군이 운송체제를 약탈에 활용하는 등 범죄가 조직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 익명의 시민은 러시아군의 여러 부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와 서로 경쟁하듯 물건을 빼앗아 간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콤바인 수확기 두 대와 트랙터 한 대, 파종기 한 대를 훔쳐 가더니 몇 주에 걸쳐 총 27대에 이르는 다른 농기계들도 모두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훔쳐 간 트럭 한 대에 러시아군의 표식인 'Z'가 그려져있었다”면서 “군용트럭으로 활용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첨단농기계에는 GPS가 부착돼 있어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다. 러시아군이 훔쳐 간 농기계 일부는 700마일(약 11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체첸 자치공화국으로까지 옮겨졌다.

시민은 “침략자들은 훔친 콤바인수확기를 체첸으로 옮긴 뒤에야 수확기가 원격으로 잠겨져 있어 시동조차 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콤바인수확기를 해체해서 부품으로 팔아도 그들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점령지 멜리토폴의 박물관에 전시됐던 고대 스키타이인의 황금 장신구 등 값비싼 유물 또한 약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멜리토폴 지역사 박물관의 관장 레일라 이브라히모바는 300년된 은화, 고대에 사용된 무기를 포함해 최소 198개 황금 유물이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2월 24일 전쟁이 발발하자 약탈당할까 봐 이런 소장품들을 숨겼는데도 러시아군이 이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귀중한 전시품으로 꼽히는 유물은 스키타이인의 황금 장신구로, 현지 매체 우크린폼은 그 연대를 기원전 4세기가량으로 추정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