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69>새 정부 민간주도 경제정책의 성공조건

장석인 한국공학대 석좌교수
장석인 한국공학대 석좌교수

취임식 직전에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제시된 경제 분야 국정목표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다. 이전 정부와 차별적으로 등장한 용어는 '민간이 끌고', 즉 '민간 주도'라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정부 주도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했기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국정운영 기반으로 강조하는 새 정부는 향후 정책운영 무게중심을 정부보다 민간에 더 두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최근 '민간 주도'라는 말은 우리 경제의 많은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양 곳곳에서 강조되고, 그것만 내세우면 새로운 정책과 사업이 곧바로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라도 할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과연 그럴까. 정작 '민간 주도'라는 말에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민간 주도'인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지난 정부가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OECD나 선진국에서는 '민간 주도'라는 말보다 '민관 파트너십(private-public partnership, PPP)'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민간과 공공 부문, 특히 민간기업과 정부 간 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할 때 서로가 상대적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상호협력함으로써 정책 목표 달성이나 사회문제 해결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민·관 파트너십은 상식에 속한다. 우리만 아직도 '민간 주도' 아니면 '정부 주도'를 오간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소위 '민간 주도'는 단순히 위원회에 민간 참여를 늘리고 민간위원장을 우대하는 수준의 협력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전제로 추진하려는 것이라면 다음의 세 가지 점을 고려하고, 이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첫째 새롭게 마련하는 성장지향형 산업 전략이나 민관산업전략회의에서 구상하는 새로운 산업정책 논의에 앞서 정부 경제정책 추진의 진정한 파트너로 민간기업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상식인 데도 지난 정부에서 기업이 가장 많이 호소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전 정부도 혁신 성장을 5년 내내 강조했다. 문제는 기업 규모를 근거로 기업 혁신 지원 규모나 방식을 차별하거나 이런 혁신은 '대기업은 안 되고 중소기업은 된다'는 식의 정부 판단과 제한적 조치가 많았다.

둘째 민간 주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먼저 민간이 정부보다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동시에 민간기업 또한 정부가 민간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정부 도움이 절실한 경우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주도 아니면 민간주도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반복하다 보니 이제 와선 누가 무엇을 더 잘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타성에 젖어 있다. 새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려는 민관산업전략회의 첫 번째 의제로 서로를 인정하는 민간과 정부가 모여 앉아서 서로 더 잘하는 분야가 어디며, 어떻게 협력해야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 주도'라는 말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효과적 협력이 전제된다. 우리나라 정부나 민간이 가장 잘못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협력이다. 새 정부가 민간 주도 산업전략과 산업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길 원한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 상황을 진전시키는 방식, 상황에 참여하는 방식 모두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애덤 커헤너의 '적과의 협력'(Collaborating with the Enemy)이라는 책을 꼭 한번 읽어 보았으면 한다.

커해너는 협력이 제대로 안 되는 이유로 “모두가 한 방향을 봐야 하고, 목적과 달성방법에 대한 생각이 똑같아야 하며, 상대방을 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실제 성공적 협력은 “서로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할 수 없는 사람들, 심지어 적대적 사람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실험하면서 타인을 바꾸려고만 하는 대신 자신도 바꾸고 적극적인 행동에 참여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장석인 한국공학대 석좌교수 sichang@tu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