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90% 증발 루나…주요 거래소 모두 '투자유의종목' 지정

12일 12시 기준 1000원대 이하
전일 2만원대서 90% 이상 폭락
스테이블 프로젝트 신뢰 무너져
크립토 평가 등급 BB 하향조정

루나 가격 변동 추이.(출처=코인마켓캡)
<루나 가격 변동 추이.(출처=코인마켓캡)>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루나 가격 변동 추이전 세계 가상자산 중 시가총액 기준 10위권 내에 들었던 대형 프로젝트 '루나'의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90% 가까이 증발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 폭락을 시발점으로, 루나가 포함된 테라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소위 '죽음의 소용돌이(The death spiral)'로 이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2일 정오 기준 루나는 코인마켓캡 기준 개당 1000원대 아래로 시세가 붕괴했다. 24시간 전 가격이 2만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하루 만에 가치가 90% 이상 폭락했다. 고점 기준 루나의 시가총액은 거의 50조원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25분의 1인 2조원에도 못 미친다.

지난 10일 코빗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모두 루나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일부 거래소의 경우 입출금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유의종목 지정 이후에도 일정 기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거래지원종료(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비트는 “루나는 디지털 자산 루나의 통화량 조절 알고리즘을 이용해, UST를 1달러 가치에 연동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인데, 해당 연동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가치가 일정해야 하는 스테이블코인의 '페깅(가치연동)'이 깨진 것이 시발점이다. 통상 스테이블코인은 코인 1개가 1달러 등 법정화폐와 똑같은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초기 가상자산이 심한 가치변동 때문에 결제 등에 활용할 수 없다는 단점을 보완했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는 발행량만큼 법정화폐를 실제로 비축하는 방식을 쓴다.

반면 테라는 수요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하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속한다. 담보가 없기 때문에 시세가 변동할 수 있고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작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테라프로토콜 역시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D(UST)와 테라의 가격 안정화를 위한 마이닝 토큰 루나(LUNA)로 구성돼 있으며, 루나가 UST의 페깅을 떠받치는 구조다.

테라는 시뇨리지(화폐주조차익)를 이용해 페깅을 유지한다. 만약 1테라USD가 1달러 이하로 하락한다면 차익거래자들이 시스템에 테라USD를 보내서 같은 법정화폐 가치에 해당하는 루나를 얻은 뒤, 이를 시장에 매각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즉, 가격이 낮아진 테라USD를 루나로 바꿔 시장에 내다팔도록 유인을 제공하고, 페깅을 벗어난 테라USD는 소멸돼 가격이 안정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문제는 지난 8일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가상자산 대부분이 급락하자 이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아 테라USD의 디페깅 상태가 깨졌다는 점이다. 이와 동시에 테라USD를 예치할 경우 약 20%에 달하는 연이자를 제공해 왔던 '앵커프로토콜'에 대한 지속 가능성 문제도 본격적으로 투자 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크립토 평가 포털 쟁글은 루나의 등급을 기존 A+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쟁글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UST 디페깅 및 루나의 가격이 급락했다”며 “UST에 대한 신뢰 회복은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