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버틸 수 없다"…밴업계, 카드사에 사상 첫 수수료 인상 요구

소액결제 증가 유지보수비 상승
영역 축소·수익성 약화 토로
카드사 매출은 '사상 최대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앞둬 난색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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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업계가 카드사에 밴수수료 인상을 요구했다. 밴업계가 카드사에 밴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액결제가 증가하면서 유지보수비용이 크게 늘었고, 물가·인건비도 상승하는 상황으로 수수료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업계는 밴업계 수수료 인상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전·후방 산업간 갈등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최근 전업 카드사를 비롯 NH농협카드 등에 밴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모든· 카드사가 밴수수료 인상 요청을 확인한 상황으로, 내부 검토를 거쳐 회신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밴업계로부터 밴수수료 현실화 요구 요청이 들어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밴사가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초유의 상황으로 현재 내부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는 올해 1월 말부터 적용된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라 카드사가 밴사에 밴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앞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3%포인트(P) 인하했다.

밴업계는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가 어려움을 겪는 사실은 알지만, 이를 후방 산업인 밴사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소액다건화로 소액결제가 압도적으로 증가하면서 네트워크 유지보수비용이 급증했고, 물가 및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다면서 수수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밴사들은 2016년 이후 밴수수료 정산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과거 정액제는 소액 10건 처리가 고액 1건 처리보다 수익이 많아 상쇄 가능했지만, 몇백원짜리 물건도 카드로 결제하는 소액다건화가 일반화된 현재 처리 비용이 같아 손실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일정 금액 이상 거래의 경우 밴수수료 상한선이 사실상 정해져 제대로 된 정률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산업환경 변화도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대형가맹점들이 카드사에 카드 정산 관련 직라인 연결을 요구하면서 밴시장 영역이 축소되고 있다.

실제 밴사 실적은 매년 크게 감소하고 있다. 2017년 1조1676억원이던 밴사 총매출액은 △2018년 1조1586억원 △2019년 1조921억원 등을 기록한 데 이어 코로나19가 정점에 오른 2020년에는 9794억원까지 급락했다.

반면에 카드사 매출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용·체크카드 이용실적(현금서비스 제외)은 965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8조원이 증가했다. 카드사 매출액은 △2016년 말 746조원 △2017년 788조1000억원 △2018년 832조6000억원 △2019년 874조7000억원 △2020년 877조3000억원 등으로 코로나19 여파에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밴업계 관계자는 “물가 인상, 인건비와 각종 비용 상승과 더불어 보안 강화를 위한 인증비용 과다 발생, 신규 서비스 및 통신 방식 변경 등으로 인한 설비 비용 발생 등 본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카드사들의 어려움은 알지만, 이런 사정을 고려해 밴수수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카드업계는 밴업계 요구에 사실상 밴수수료 인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결제 건당 카드사가 받는 수수료율 자체가 줄어든 만큼 조정이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밴사들의 어려움과 요구에 대해 심정적으로 공감하지만, 전체 카드사가 받는 수수료율이 줄어든 만큼 밴사 요청은 수용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특히 2분기 실적부터 수수료율 인하가 본격화하는 만큼 밴사 요구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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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