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 투입 'K-백신' 임상서 멈췄다

본지, 백신·치료제 현황 분석
정부 예산 들여 상용화 1개 불과
임상 중 8개·개발중단 5개 저조
“초라한 성적표…후속조치 필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을 40세 피험자에게 투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을 40세 피험자에게 투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2020년부터 약 1400억원의 국가 예산을 투입한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신문이 2020년부터 국가 예산을 지원받은 14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 상용화한 제품은 1개에 불과했다. 7월 현재 개발이 중단된 프로젝트는 총 5개, 1상~2상 과정에 있는 과제는 6개, 3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2개였다.

1400억 투입 'K-백신' 임상서 멈췄다

정부가 이들 14개 프로젝트에 집행한 지원금은 총 1378억원이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가 유일하게 품목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렉키로나는 코로나 변이인 오미크론 등장 이후 효과가 떨어져 사용이 중단됐다. 최근 품목 허가를 받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는 개발 자금이 아니라 선구매 형태로 정부가 지원했다.

개발 프로젝트의 임상 단계별 이행 성공률도 높지 않았다. 1상부터 진행한 과제에서 2상 이상으로 진입한 프로젝트는 10개 가운데 4개로 40%였다. 2상부터 지원한 과제에서 3상 이상으로 진입한 프로젝트는 4개 가운데 1개로 이행률이 25%였다.

한국바이오협회 '2011~2020년 임상 개발 성공률과 기여 요인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 의약품의 단계별 임상 이행 성공률은 1상에서 2상 진입 확률이 52%, 2상에서 3상 진입 확률이 28.9%였다. 긴급 상황에서 지원받은 프로젝트의 임상 진도가 평상시와 비교해도 낮은 것이다.

미국이 같은 기간 초고속작전(OWS)을 통해 6개 백신 프로젝트 개발에 자금을 투입, 이 가운데 4개 회사에서 코로나19 백신(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노바백스)을 출시한 것과 비교된다.

짧은 개발 기간이나 국내 의약품 개발 환경,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 등을 감안해도 지원 성과가 신통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지원과 대응이 필요하지만 중간 점검을 통해 개선점을 찾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실패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해 후속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산 차원에서 쓰고 남은 지원금만 회수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상 새로운 의약품이 임상에 진입해서 품목 허가까지 받는 확률이 10% 미만”이라면서 “긴급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