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넥스트 팬데믹 대비' 국가 지원 신약 개발,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백신 지원금 적고
대부분 임상 1상
투자 대폭 늘리고
선택과 집중 필요

[스페셜리포트] '넥스트 팬데믹 대비' 국가 지원 신약 개발,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지난 6월 29일 식약처는 최종점검위원회를 열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의 품목 허가를 결정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날 “이로써 대한민국은 코로나 치료제(지난해 2월 허가된 렉키로나주)와 백신(스카이코비원멀티주)을 모두 보유한 나라가 됐다”며 “미래 감염병 유행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건안보체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을 자국에서 생산해 기술력을 확보한 나라는 세계에서 미국, 영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다. 세계 의약품 시장의 1.6%에 불과한 국내 환경에서 치료제와 백신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발생 3년째를 맞고 있으며 치료제와 백신 확보로 급한 불은 끈 상황인 만큼 보다 효율적인 지원과 개발을 위해 중간 점검 차원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개 과제 중 허가 받은 건 1개

2020년부터 국가 예산을 지원받은 14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 프로젝트에서 최종 상용화한 제품은 1개다. 중단된 프로젝트는 5개, 1~2상이 진행 중인 건 6개, 3상은 2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 지원을 받은 우리나라 백신·치료제 개발 프로젝트가 기대만큼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항바이러스 물질을 보유했더라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미국 등 주요 국가에 비해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제약 업계는 1999년 국내개발신약1호 '선플라주'(항암제)를 시작으로 2022년 1월 현재까지 34개 신약을 개발하며 30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신약 개발 역량을 쌓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력에서는 한참 뒤져 있다. 글로벌 제약사 상위 50개에 포함되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선두 기업과 격차가 상당하다. 연구개발(R&D) 자금만 수십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다.

기초 체력이 다른 데다, 특히 2021년 이후 확진자가 늘어나고 글로벌 제약사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시작하며 개발에 필요한 임상 환자와 백신 대조군을 구하기 어려웠던 것도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국내 기업 역량도 글로벌 기업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위한 추가 예방 접종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연구원이 생산된 스카이코비원 백신을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위한 추가 예방 접종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연구원이 생산된 스카이코비원 백신을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와 같이 새로운 바이러스 등장으로 백신과 치료제 등 신약 개발이 필요할 때 한정된 체력과 예산으로 최대한 효과를 어떻게 낼 것이냐가 중요하다.

우선 '선택과 집중'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2020년 5월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진단기기 개발 가속화를 위한 '초고속작전(OWS)'을 공식 발표한 이후 약 20조원 자금을 투입했다.

OWS는 백신 상용화 가능성이 큰 6곳 업체를 선택해 개발 단계에서 재정을 집중 지원했다. 지원 대상에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프랑스 사노피도 포함됐다. 6개 프로젝트 중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노바백스 등 4개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됐다.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으로 허가받은 화이자 백신 역시 독일 정부가 전폭 지원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독일연방교육연구부(BMBF)로부터 3억7500만유로(약5000억원)를 지원받았다. 후보군을 최대한 집약해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한 것이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팬데믹 대응이라는 긴급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 입장에서도 최적의 투자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앞으로도 세계적 감염병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 측면에서 정부 지원이 정교하고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국은 이미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범용 코로나 백신 개발이 핵심이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은 최근 범용 코로나바이러스백신 지원 공고를 냈다. 정부 여당은 관련 프로젝트에 10억달러를 편성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빌앤드멜린다게이츠 재단과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도 범용코로나바이러스백신 개발을 위해 2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연말부터 범용 백신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프로젝트 위주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과제를 선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범용 백신 지원금 자체가 미국에 비하면 매우 적고 아직 임상 1상에 머문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종성 의원실 관계자는 “단순히 지원금을 쓰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면서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에 어떤 점이 부족했고 앞으로 무엇을 보완할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지원 현황(2022년 7월 기준)>

(출처: 보건복지부, 국가신약개발재단)

<해외 주요 백신 개발 지원 현황>

(출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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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