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79〉융합연구지원 브랜드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29개가 검색된다. 제조서비스융합, 융합바이오, 기술융합, 금융-비금융 간 융합 활성화, 도심융합, 해상경비정보융합플랫폼, 일과 학습의 융합, 미래 융합형 관광인재양성, 산·학·연 융합·협력, 협동·융합연구 활성화, 대학의 융합연구 지원 강화, 인공지능(AI) 융합 확산, 디지털 융합·혁신 가속화, 융합서비스 확산 등 융합이라는 개념이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돼 정책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융합이 사회 내부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융합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융합역량이 가장 기본으로 있어야 그 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융합인재 양성을 통한 융합역량 확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국정과제에는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교양교육과정 혁신 및 융합연구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정책과제가 포함됐다. 또 지역 산·학·연 간 협력 활성화 및 역량 결집을 위해 개방형 융합연구를 촉진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융합연구나 융합인재 양성 요구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융합연구는 단일 학문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해진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연구 분야다. 세계적으로 융합연구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며, NSF 10대 중점과제에 GCR(Growing Convergence Research)가 포함되고, 유럽 Horizon 2020에 인문·사회·예술 기반의 융합연구사업을 포함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융합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해 한국연구재단에서 2009년부터 융합연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융합연구 잠재력과 전망에 비해 융합연구지원 사업, 모든 문제 아이디어의 시작인 인문학 기반 융합연구 지원 규모는 해변의 모래 한 알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은 지원에도 융합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봉사 정신으로 융합연구를 힘들게 이끌어 가는 연구자의 성과는 매우 높게 평가된다. 예를 들어 인문학 기반 융합연구로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특허나 기술 이전이 이뤄지고 있다. 국제저널 투고 건수 증가로 우리나라 융합연구의 국제화 수준이 높아지는 성과를 내는 것이다. 융합연구를 기반으로 한 실제적 사례로는 재난을 대비한 스마트 셸터 공간 구축연구가 있다. 공학·건축·예술·철학·문화 관점에서 스마트 공간을 구현한 융합 성과 사례이다. 이렇게 융합을 기반으로 한 차별적이고 탁월한 성과가 나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융합연구지원정책 미흡, 융합인재육성 전략 부재 등으로 우리나라는 미래 융합시대를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및 디지털 전환 시대를 대비해 미래 및 현재 시대에 필요한 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정부의 융합연구 및 융합교육지원 정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현재 국정과제에 포함된 융합 관련 정책 가운데 융합인재 양성 정책과 대학 교양교육과정 혁신 및 융합연구 지원 확대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정책전략으로 브랜드사업을 제안한다. 인문한국사업(HK), 사회과학지원사업(SSK) 등은 인문학 분야와 사회과학분야 연구 및 인력양성을 지원하는 한국 브랜드 사업이다. 융합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융합연구지원사업(CRK; Convergence Research Korea)라는 브랜드 사업을 발족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융합연구 자생력 강화 및 차세대 융합연구자 양성, 생애주기별 체계적·연속적 융합교육 지원, 융합교육 전문인력 양성 및 연구 다양화 지원, 미래사회 예측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수행, 융합연구자 네트워크 구축, 융합연구 성과 확산을 위한 융합학 대중화 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협업을 통해 융합연구 진흥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안정적 융합학 진흥을 위한 법적·재정적 기반을 확보하며, 정책효과성 제고를 위한 행·재정적 기반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노영희 건국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융합연구총괄센터장 irs4u@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