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ETA 시대 '미래전략']<16>의료와 원격진료

[AI-META 시대 '미래전략']&lt;16&gt;의료와 원격진료

2020년 인류에게 닥쳐온 코로나19 팬데믹은 의료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협업을 통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백신을 개발하고 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했다. 코로나 감염환자 급증과 방역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행돼 기존 의료 시스템 붕괴가 예상되자 미국에서는 만성질환 등에서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도 재택에서 진료행위를 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자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도입했고 미리 알고 대비했던 것 같이 닥터나우, 올라케어 등 비대면 진료 앱 20여개가 쏟아져 나왔다. 2020년 2월부터 2022년 1월까지만 1만3000개 의료기관에서 352만건 진료가 이루어져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형국이 됐다. 필자도 비대면으로 감기약을 처방받았는데 송파구에 있는 의원과 전화 통화 후 전자 처방전이 인근 약국으로 전달되고 우체국 택배로 집에까지 배달돼 외출하지 않아도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화로 하는 진료는 의사와 얼굴 대면을 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장비의 발달로 현실감 있는 메타버스가 눈앞에 다가왔다. 현실에서 해야 할 일들이 가상 또는 가상현실과 혼합돼 더 많은 일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메타버스는 아직 여러 제약이 있는 비대면 진료를 대면 진료화하거나 나아가 AR를 이용하면 환자의 CT, MRI 등 의료영상이 3차원으로 구성돼 의사가 환자를 바라볼 때 환부의 위치를 겹쳐서 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디지털 의료정보가 시각화돼 입체적으로 더해진다면 메타버스에서는 지금의 대면 진료보다 더 정확하고 편리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

아바타가 나를 대신해 진료

환자가 직접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아바타가 대신 진료를 받을 수는 없을까? 진료에서는 환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진단과 치료를 한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신체 징후, 각종 검사 결과를 분석해 결론을 내리고 처방을 한다. 만약 자신의 아바타에 이 정보가 들어 있으면 메타버스에서도 진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각종 검사를 아바타가 대신할 수는 없다. 즉 아바타에서 피를 뽑아 혈액검사를 하고 아바타가 CT 촬영을 대신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 의료기기 발달로 인해 가정용 초음파나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또는 지역 노인회관에 비치된 여러 검사 장비를 이용해 손쉬운 검사가 가능해지고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장치를 이용해 혈당, 산소포화도 등 다양한 검사가 비침습적으로 가능해지고 전달이 된다면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이러한 신체정보가 아바타에 저장돼 조기 검진이나 진료가 가능하게 된다. 특히 유전체 정보, 매일 생성되는 신체활력 정보와 병·의원에 보관된 의료정보가 나 자신을 기준으로 합쳐진다면 병이 진행되기 전 초기에 이상 징후를 발견해 맞춤 예방 처방이 가능해진다.

의료 마이데이터와 권리찾기

꿈같은 이야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신의 의료정보를 내가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에서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 내가 가진 은행, 증권, 보험계좌 등을 한꺼번에 찾아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휴면계좌나 중복보험 등을 손쉽게 찾아줬다. 의료 마이데이터도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추진해 2021년 초 '나의건강기록'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을 이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들어있는 나의 검진, 투약, 예방주사 접종 등의 기록을 PDF 형식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각종 검사 기록은 병·의원에 흩어져 있어 검색과 접근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어렵지는 않다. 보건복지부는 '마이차트'라는 사업을 통해 병·의원 진료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의료정보 표준화와 상호전달이 가능해 진료정보교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의원에서 병원으로 또는 병원에서 의원을 환자를 의뢰할 때 진료기록을 종이로 프린트해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가져가야 하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전달이 가능하다.

환자 정보를 정작 환자는 접근할 수 없고 상호교류를 동의하는 절차만 있다. 종이로 프린트해 가져갈 때는 환자나 보호자가 내용을 읽어볼 수도 있고 민감한 정보는 제외할 수도 있지만 마이차트에서는 환자 자신의 정보의 접근권한이 없다. 의료법에도 명시돼 있는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 사본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마이차트에도 적용해 내려받을 수 있는 기능을 넣고 나의 건강기록과 연계하면 건강정보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완성될 수 있다.

유전체와 개인맞춤 예방 의료

건강정보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유전자 정보다. 23앤드미라는 미국회사는 침만 보내면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알려주는 소비자 대상 직접(DTC:Direct To Customer)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199달러를 지불하고 침을 뱉어 보내면 65개 이상 유전체 기반 건강정보를 받을 수 있다. 홍콩을 기반으로 한 서클DNA는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를 대상으로 유전체 정보 DTC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500개 이상 건강정보를 알려준다.

정작 우리나라 유전체 정보회사들은 2015년 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의해 탈모, 카페인 대사 등 12개 항목만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DTC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매, 암발병 리스크 등 중요한 질환 예방을 위한 유전자 정보는 알려주면 불법이다. 외국 회사는 자유롭게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마케팅도 하고 서비스를 하는데 정작 국내 회사만 국민에게 제한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같은 술을 마셔도 취하는 정도가 개인마다 다른 이유는 간에 있는 알코올 분해 효소의 대사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고 이는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종 약물 역시 분해 효소의 개인 차이가 있어 같은 용량의 약이라도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고 효과가 없기도 하다. 관련한 정보는 약물유전체로 잘 알려져 있다.

필자는 나 자신의 약물유전체 검사를 받아 보고자 대형종합병원에 문의한 결과 서비스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할 수 없이 재미교포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있는 다이에그노믹스 유전체 검사회사에 200달러를 지불하고 침을 보내 검사 결과를 얻었다. 검사 결과 나는 플라빅스라는 흔히 복용하는 혈전 예방제가 효과가 떨어지는 유전자를 가졌다는 뜻밖의 정보를 얻었다. 의료기관은 의료수가 수익성이 떨어져서 유전체 서비스를 하지 않고, 유전체 기업은 규제에 의해 못하게 돼 개인 건강관리 및 예방에 중요한 유전체 정보를 얻으려면 해외 기업을 통해 서비스를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전체 정보는 나의 것도 있지만 내 몸에 있는 장내 세균 정보도 있다. 건강한 사람과 환자의 장내 세균 즉, 마이크로바이옴이 다르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장질환뿐만 아니라 치매, 자폐증 등 정신질환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변 이식을 통해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켜 치료 효과를 보기도 한다. 장내 세균 유전체를 모니터링하면 건강한 식이요법과 운동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한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

웨어러블 장치와 건강정보 빅데이터

스마트폰에는 운동, 식이와 관련된 생활 습관을 측정해 주는 앱이 있다. 스마트워치는 심전도, 산소포화도, 수면의 질 등 중요한 건강정보를 측정해 준다. 필자는 당뇨가 없지만 애보트의 연속혈당 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를 2주간 착용한 적이 있다. 자그마한 바늘이 있는 센서를 팔에 붙이면 스마트폰 앱에 혈당 수치가 실시간으로 측정되고 기록된다. 당뇨가 없어도 혈당을 높이는 음식과 당을 낮추는 적절한 운동을 알 수 있어 당뇨뿐만 아니라 비만을 예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같은 음식을 먹으면 누구나 같은 수준의 혈당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바나나와 쿠키 중 혈당을 올리는 음식은 개인마다 다르다는 연구가 있다. 즉, 자신에게 맞는 음식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바늘로 찌르지 않아도 연속으로 혈당이 측정되는 스마트워치가 출시 예정이다. 웨어러블 건강모니터링 장비는 나보다도 나 자신의 건강정보 빅데이터를 계속 수집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한다.

공공과 민간 의료 간 협업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나 자신의 건강정보, 의료정보가 상호 연결되고 연동돼야 인공지능을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기술 한계보다는 각종 규제가 풀리지 않고 서비스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과 같은 정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정보원 같은 공공기관은 정보를 독점해 직접 서비스를 하고자 하지 말고 규제를 풀고 독점하고 있는 개인 건강정보를 소비자 본인이 내려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병·의원, 검진기관, 보건소 등의 공공영역 및 네이버헬스케어, 카카오헬스케어 등 민간영역에서도 자유롭게 경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인증사업 등 질병관리를 통해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나의 건강 아바타가 내 자신보다 나의 건강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메타버스에서 내가 일하고 있거나 놀고 있을 때에도 나 대신 검진과 진료를 받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강건욱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국제미래학회 헬스케어위원장

<필자 소개>
강건욱 교수는 서울의대 핵의학교실 교수로서 방사선미사일 정밀 암치료를 하고 있으며 나노바이오 기술을 이용한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 부원장을 맡아 바이오의료 기술 실용화를 위해 바이오나노메디신 살롱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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