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드론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일찍이다. 중국은 1960년대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무인항공기를 설계, 개발하기 위한 연구기관을 설립했다. 연구기관에서는 자체 설계한 드론을 소량으로 생산했다. 대표적으로 창콩(長空) 1호 표적기, 우전(無偵) 5호 고공촬영 정찰기와 D4 소형 원격조종기 등이다.
중국 대학이 무인항공기 개발에 적극적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 덕분이다. 당시 중국 정부가 무인항공기 기술에 커다란 관심을 보인 이유는 산업적 목적이 아니라 국방과 과학기술이 주된 이유였다. 중국 정부는 국방건설과 과학연구 수요를 위해 고공 무인조종 사진촬영 정찰기 연구에 투자했고 이를 통해 고공촬영, 지질탐사, 대기 샘플 채취 등 목적으로 활용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드론 기술에 대한 관심은 1970년대 자체 기술 확보로 이어진다. 1976년에는 베이징항공대가 드론에 투입된 모든 부품을 중국산 부품만 활용해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중국 여러 대학에서 드론 연구에 참여했던 대학원생이 지금 중국 대학 교수로 성장, 제자에게 무인항공기 분야에 대한 관심과 기초 지식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것이 오늘날 중국이 세계 드론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를 상징하는 인물이 오늘날 중국의 드론시장을 이끌고 있는 DJI를 설립한 왕타오이다. 1980년생 왕타오는 세계 최대 드론 생산업체인 DJI 창업주다. DJI는 2017년 전 세계 레크리에이션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업체다. 이에 힘입어 중국은 2020년 기준 세계 상업 드론 시장의 94%를 차지했다.
왕타오가 드론 분야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지도교수 덕분이다. 어린 시절부터 항공기 분야에 관심이 많은 왕타오에게 지도교수는 졸업 프로젝트로 원격제어 헬기의 비행제어시스템 연구를 제안했다. 그리고 대학은 드론 연구와 개발 지원금으로 1만8000홍콩달러(약 245만원)를 지급했다. 글로벌 드론 최강자 DJI 덕분에 중국은 세계 최고의 드론 기술 국가가 됐다.
중국에서 드론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국방 관련 기업, 대학, 민영기업이 수백 개에 이른다. 이들은 연구개발·제조·판매·서비스체계 구축 등 전 분야에서 드론 산업의 발달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항공공업그룹은 중국 정부가 투자한 국유기업으로 국무원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서 직접 관할하는 항공기 제조업체로, 1999년부터 민간 드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 제9연구원인 드론시스템공정연구소는 중국의 드론 기술을 대표하는 연구소다.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가 중국항천시대전자공사를 기반으로 설립한 전문연구원으로, 드론정보시스템 기술연구와 기종시스템 연구개발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소다.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 제11연구원은 고사양 드론 기술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장거리 야밤비행, 1만 피트 이상의 항공능력, 항속시간 확대 등의 기술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드론의 활용분야를 더욱 넓히기 위한 노력을 수행 중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중국 드론 산업의 발전 과정을 지켜보면, 어떤 분야든지 한순간에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는 분야는 없다. 중국이 오늘날 드론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1960년대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해 왔기 때문에 거둘 수 있었던 성과가 아닌가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