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ETA 시대 '미래전략'] <19>디자인

[AI-META 시대 '미래전략'] &lt;19&gt;디자인

손에서 두뇌로의 변화:AI 디자이너

현대 디자인은 컴퓨터 도움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컴퓨터 지원 디자인(CAD:Computer Aided Design)은 오늘날 디자인 현장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이제 종이, 연필은 디자인 초기 개발과정에서가 아니면 찿아 보기가 힘들고 대부분의 실무 작업은 컴퓨터에서 진행된다. 최근 기존 컴퓨터 활용 수준을 한 단계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자인이 출현하면서 디자인의 창작 환경에도 다시금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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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D가 디자이너의 '손'을 확장시키는 것이었다면 AI는 '두뇌'의 확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다. 기존 컴퓨터 지원 디자인이 디자이너가 렌더링이나 제도와 같이 디자이너가 상상하는 창작물의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여가고 디자인을 결정해 가는 과정에서 사용했다면, 최근 AI 디자인은 형태를 AI가 생성하고 제안하며 디자이너는 이들 중에 하나를 단순히 선택하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디자인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즉 매크로나 액션스크립트에 의한 초기 컴퓨터 지원 기술이 디자인의 '효율성' 향상의 영역이었다면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에 의한 AI 디자인은 '창조성'을 AI가 스스로 진행하고 제안한다는 측면에서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예로 HP의 모자이크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입력한 기초 도안을 AI가 내부 알고리즘을 통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디자인을 창조해낼 수 있다. 이제 이름만 넣으면 AI가 다양한 형식으로 기업의 로고 디자인을 완성해주는 자동 서비스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명함이나 광고 리플릿 등 기업 홍보물을 즉석에서 디자인해주는 AI 프로그램 역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AI 디자인 창작 흐름은 비단 시각디자인뿐만 아니라 제품, 패션, 건축 등 전 디자인 분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인간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창의성을 무기로 하는 디자이너 역할을 AI가 대체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 가상현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에서 열린 최초의 메타버스 패션위크에서는 런웨이 쇼와 뒤풀이 행사가 마련되고 가상 무대에서 아바타가 입은 디지털 의상은 온라인 팝업 매장에서 성황리에 판매되는 등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를 대체해 나가는 급속한 변화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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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에서 디자인 역할

현실 세계의 많은 디자인 대상이 AI와 메타버스로 대체돼 가고 있다. 따라서 AI나 메타버스가 더욱 가속화될 디지털 사회에서 전개될 미래 디자인 분야의 변화 모습을 살펴보고 미래 사회에서 바람직한 인간 삶과 사회를 창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때다. 먼저 AI와 메타버스 발전으로 디자인 분야가 맞닥뜨릴 중요한 변화의 하나는 '모두가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디자이너는 창의성과 사회적 지성에 기반해 심미적인 삶의 환경을 창조하는 전문가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는 문제에 대한 공감, 문제점 정의, 창의적 해결, 시각적 종합 및 전달 능력 등,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이라는 전문성을 갖고 있다.

AI 영향은 창조성이 중요한 시대를 맞아 시간이 갈수록 '비 디자이너'들이 그들 스스로 창조력 증진을 위해 창의성과 사회적 지성을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 대기업도 소속 직원의 창조성 함양을 위해 이미 디자인싱킹을 교육하고 '디자이너처럼 행동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디지털 기반 창의시대 도래와 함께 미래사회는 빅데이터, 정보통신네트워크, 3D프린터 등 디자인 창조를 돕는 기술 발달로 일반인들이 창조적 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어 일반인과 전문디자이너 경계가 모호해지는 '모두가 디자이너'가 되는 환경으로 진화될 것이다.

AI와 메타버스 발전에 의한 또 다른 디자인 분야 변화는 미래 디자이너 역할이 '창작자에서 기획자나 코디네이터'로 변화될 것이다. 앞으로는 AI에 의해 수백만개 디자인 시안들이 빠르고 쉽게 생성 가능해짐에 따라 디자이너들 업무 효율성은 눈에 띄게 높아질 것이다. 오토데스크 드림캐처(Dreamcatcher)는 AI 스스로 디자인 문제를 학습하고 해결해 나가는 창작프로그램으로 방대한 양의 선택지와 제약, 목표와 해결해야 할 문제점 등에 대한 정보만 제공해주면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 수백가지 디자인을 제안해주고 디자이너는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선택하거나 손을 조금 더 보면 된다. 이탈리아 가구회사 카르텔의 'AI 의자'는 바로 드림캐처 AI와 유명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협업한 성공적인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 필립 스탁 역할은 AI에 “인체에 편안한 착좌 위치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최소한의 소재와 에너지를 이용해 제작될 수 있는 의자를 디자인하라”라는 명령과 AI가 생성한 수백여개 디자인들을 보고 다시 의견을 피드백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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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디자이너의 주된 역할은 기획자나 코디네이터로서 대상 디자인 목표, 변수, 제약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AI가 만들어낸 결과들을 점검하고 다듬는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 디자이너는 과거의 조형 창작자로서의 전문성에서 벗어나 미래의 인간 생활과 그 환경 시스템의 바람직한 비전과 목표, 전략적 가치를 제시하는 '기획'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제까지 디자이너가 휴대폰 형태와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고 게임의 흥미로운 이미지와 스토리를 디자인했다면 앞으로 디자이너는 어린이나 인간에게 해악이 없는 '올바른 삶'을 안내하는 휴대폰과 게임을 위해 '제품 목표와 핵심 가치'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보다 중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 발전에 또 다른 디자인 분야 변화로는 '가상세계 디자이너로의 기회가 더욱 확산'될 것이란 점이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의 세계가 새롭게 다가온다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활용한 시공을 초월한 표현 등 인간이 서로 교류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매체 기반 연구일 뿐만 아니라 창조적 경험을 요구하는 디자인 작업으로서 AI가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뿐 아니라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위한 새로운 건축이나 인테리어 디자인, 사물 디자인, 패션 등 전통적인 디자인 원리와 경험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다. 디자인 분야는 AI와 메타버스의 무한한 가상의 비물질적인 콘텐츠 영역은 물론 실제 세계의 기존 산업 영역을 넘어 사회·도시 분야 등을 포괄하는 디자인 영역의 확대로 과거보다 디자인의 기회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앞으로 AI와 메타버스 발전으로 인한 디자인 분야 변화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미래 세계를 'AI와 협업·융합'에 의해 디자인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앞서 거론한 오토데스크의 드림캐처 프로그램 외에도 AI와 인간이 함께 작업함으로써 디자이너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훌륭한 결과물을 내는 경우가 이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클 한스메이어의 작품 언이매지너블 셰이프스(Unimaginable shapes)에서 생성되는 수백만개 면들과 그 놀라운 건축 형태는 도저히 사람의 능력만으로는 창작하기 불가능하며 어떤 면에서는 건축을 재정의하는 정도의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하여 미래 사회에서 보다 혁신적인 창조를 위해서는 AI와 협력이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또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등 신기술 발전으로 미래의 디자인 창조에서는 인간과 로봇, 이동수단과 주택, 정보기술과 도시 결합 등 인간 삶의 서로 다른 영역들을 첨단기술을 통해 엮는 '융합' 역할이 더욱 활발하게 펼쳐질 것이다.

AI 메타버스 시대의 디자인 미래전략

미래 AI와 메타버스 발전으로 '디자이너의 일반화'와 '창작의 기획자화' '디자인 기회의 확산'과 'AI와의 협업' 등은 미래 디자인 분야의 주요 변화와 기회들이 될 것이다. 디자인 변화 방향에 주목하면서 디자인 분야는 무엇보다도 바람직한 미래 인간의 실제와 가상세계의 종합적인 창조를 위해 'AI 메타버스의 디자인 시스템'을 새롭게 기획하고 디자인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AI 메타버스 디자인 툴이나 미래의 AI 메타버스 서비스와 플랫폼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 이런 시스템이 인간의 창의력과 관계성과 휴머니티에는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 등에 대한 올바른 비전과 구체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난 산업시대의 '디자인의 가치'가 물질, 기능, 보편, 혁신에 바탕을 둔 부분과 분리적 개념의 가치창조였다면, 이제 디지털 기반의 지식 창의시대의 '디자인 가치'는 전체적 관점에서 물질과 비물질-정신, 기능과 의미, 보편과 다양, 변화와 지속을 공존시키는 '통합'의 가치가 보다 중시될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 분야는 이와 같은 디자인통합 시대를 이끌고 조화로운 인간의 삶과 사회·환경시스템의 창조를 위해 기획자와 코디네이터 역할을 중추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초학제적 융합교육과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창조적 리더십교육'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디자인 분야는 산업경제, 사회문화, 국가이미지 창조 등 사회 전 분야와 밀접하게 관계해 국가발전 기반으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디자인이 아니면 사표를 쓰라(Design or Resign)”라는 일화로 유명한 대처 수상의 '디자인을 통한 경제재생(Revival, 1980)' 국가 정책 이후, 영국은 2018년 '5~16세 공교육 커리큘럼에 디자인과 기술, 예술과 디자인' 교육, '미래 엔지니어, 과학자, 디지털 선구자에게 디자인교육' '전공을 넘는 통합디자이너교육' 등 디자인 교육정책을 강화하고 '영국 통합디자인정책(A UK Design Action Plan)' 등 디자인 대국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AI 메타버스 등 디지털 창의시대를 맞아 이 시대의 우리의 삶, 산업, 사회혁신 목표와 실천전략을 정립하기 위한 국가 정책이 시급한 때다.

이순종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국제미래학회 미래디자인위원장

<필자 소개>

이순종 교수는 현재 한국미래디자인연구원 대표, 자문밖문화포럼 이사장, 국제미래학회 디자인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미대 학장, 한국디자인학회 및 한국디자인총연합회 회장, 제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래 총감독을 역임했고 창의디자인 교육, 디자인 미래와 혁신, 기업 및 국가디자인정책 등을 연구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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