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ETA 시대 '미래전략'] <23>게임스토리텔링

[AI-META 시대 '미래전략'] <23>게임스토리텔링

인류의 판타스틱한 퍼포먼스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지구를 구축하는 행위는 우주질서에 도전하는 인류의 판타스틱한 퍼포먼스다. 메타버스라는 디지털 지구의 완성은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 기술이 최절정을 이루게 되는 시점이고 가상공간의 3D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현실공간의 실상 인터페이스가 완벽하게 복합 구성돼 4차 산업혁명이 완료되는 날이다.

메타버스 세계는 현대판타지 SF멜로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8)'을 통해 이해가 가능하다. 1989년에 미국의 재론 래니어(Jaron Lanier)에 의해 최초로 제시된 가상현실(VR)은 인류의 육체이탈 욕망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현실세계의 삶과 3차원 가상세계의 삶이 자연스럽게 교차하고 공존하는 공간을 구현하는 '매트릭스(1999)' '토탈리콜(2012)' '인셉션(2010)' '아이언맨(2008)' 등과 같은 영화를 통해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생활구조를 그대로 가상으로 옮겨 놓고 현실처럼 사용하고 활용하는 초고속, 초연결 시대로 이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초입에 '아이러브스쿨(1999)'과 '싸이월드(2000)'를 통해 메타버스를 이미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의 메타버스는 이용자는 온라인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채팅하는 SNS 수단에 불과했다. 2003년에 린든 랩(Linden Lab)이 출시했던 3차원 VR 기반 '세컨드 라이프' 게임이 현재의 메타버스 플랫폼에 가장 근접한 사례였다고 볼 수 있다.

VR에서 아바타를 생성해 일정한 시나리오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제2의 삶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형태의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이었다. 그러나 영어 중심의 미국적 라이프 스타일의 한계성, PC 전용 플랫폼의 제약성, 콘텐츠의 빈약성, 과도한 역기능성(사행성·폭력성·선정성), 어려운 인터페이스 등의 이유로 인해 모바일 발전과 함께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며 실패한 플랫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감성 밸런싱 작업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가상세계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메타버스를 다시 활발하게 가동시키고 있다. 실감 기술 발전과 함께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서비스가 융복합되며 메타버스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NFT, 가상자산 등과 같은 문제로 인해 메타버스가 게임인가 아닌가라는 문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지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되는 것은 게임이 메타버스 토대를 마련하는 기본 기술이라는 사실이다. 메타버스 뼈가 되고 살이 되고 있는 게임이 메타버스가 가고자 하는 지향 가치와 다르다고 해 단절시킬 수 없는 관계다.

현 상황에서 볼 때 실감콘텐츠 기술 완성도가 미흡하고 XR로 가는 길이 매우 험난하리라 생각되지만 우리 미래에 웅대한 메타버스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은 그동안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을 차곡차곡 쌓아 온 '게임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MMORPG에 구축되고 있는 다양한 게임 환경들은 메타버스 생태 환경 구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게임 메커닉이 주축을 이루는 실감 기술이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으로 중첩돼 자연스럽게 XR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게임스토리텔링은 자연스럽게 메타버스 스토리텔링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공간의 상호작용 차원에서, 생존을 위한 생산 및 경제의 건강한 질서 차원에서, 인류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 정신적 소통 차원에서 스토리텔링으로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인류의 무한 욕망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극대화시켜 최대한 만족도를 높여주기도 하고 소유욕을 충족시켜 환희를 느끼게 만들기도 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에서의 스토리텔링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환경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감정을 컨트롤해 나가는 일이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은 이용자에게 원하는 만큼의 감동을 안겨주기 위해 정서를 자극하는 감성 밸런싱 작업인 것이다.

감성 밸런싱은 지구상의 모든 유형의 직업군에서 필요한 작업이다. 사적인 삶, 예술적인 행위, 콘텐츠 창작 행위, 의술 행위, IT산업을 비롯해 자동차 및 선박 산업, 우주항공산업에 이르기까지도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위해 극히 세심한 스토리텔링이 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XR를 구축하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위성항법장치(GPS), 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과 같은 고도의 기술 개요와 융합에 대한 기초적 이해 또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야 나가야 한다.

가상세계에 듬성듬성 실행되는 지금의 메타버스 작업은 우후죽순과 같다고 표현할 만큼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우리 미래의 꿈이 담긴 가상의 지구에 무엇을 어떻게 이식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기획은 심사숙고해 실행돼야 한다. 메타버스 세계에 도로 하나를 건설하고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그동안 우리들이 경험을 축적해 온 게임스토리텔링 방법론이 기본 바탕을 이룰 수밖에 없다고 사료된다.

게임스토리텔링의 미래전략

디지털지구 생태 환경을 스토리텔링하기 위해서는 현실세계(지구)의 생태 구성요소인 배경, 인물, 사건이 핵심 구성요소로 작용된다. 여기에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매개 요소가 첨가되면 게임스토리텔링 4요소(배경, 인물, 사건, 매개체요소)가 구성된다. 그렇다면 이 구성요소를 활용해 미래 메타버스 시대를 어떻게 활성화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게임스토리텔링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배경' 스토리텔링은 지리와 공간 조건이 개입되는 물리적 환경에 가상 사물과 인터페이스 등을 혼합하는 MR와 현실세계의 경제, 사회, 정치 등이 버무려진 시간의 변혁에서 파생되는 문화적 세계를 확장시키는 가상세계의 세계관을 구축해야 한다. 게임의 세계관은 판타지성이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메타버스의 세계관은 현실세계의 섬세한 시공간이 고스란히 재현돼야 한다. '인물' 스토리텔링은 육체, 감정, 경험, 움직임 등 정보를 가상공간에서 재현하는 라이프로깅(Life Logging),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과 같은 물리적 세계의 다양한 현상들을 가져와서 메타버스 세계에 정교하게 구현하는 거울세계(Mirror Worlds) 등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캐릭터 재현 기술로 미루어 볼 때, 컴퓨터그래픽에 의해 탄생되는 3D 아바타가 마치 메타버스의 토착 인종인 것처럼 고착시켜서는 안 된다. 진정한 메타버스 세계의 인종들은 이용자의 커스터 마이징으로 탄생하는 정체불명의 아바타로부터 벗어나 현실세계 모습과 똑같은 거울세계가 구현돼야 하고 익명이 아닌 자신의 풀네임으로 가상세계를 활보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이렇게 구축된 배경(세계관) 속에서 캐릭터 움직임은 수많은 사건을 연출하게 된다. '사건' 스토리텔링은 인류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와 서비스 문제로 직결된다. 메타버스 가상세계를 정교하게 지구의 복사판으로 짜나간다고 하더라도 현실과 가상이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경지에 이르게 되면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인간들의 유한 삶에 비해, 가상세계는 무한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세계이기 때문에 무한 체험, 무한 활동, 무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가상의 매력을 이해하는 이용자들은 무한 재미성에 기대를 걸게 된다.

결국 메타버스에는 가상세계의 관심 유발을 위해 재미, 즐거움, 보상, 경쟁이라는 게임 메커닉을 활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방법으로 감정, 행동, 욕망을 자극하고 경쟁심까지도 유발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게 된다. 이때 가상세계 삶의 특성에 따라서 적당하게 획득과 사용을 반복하게 되는 아이템, 문제풀이 형식으로 몰입성을 유도하는 퍼즐, 효과음 및 배경음으로 판타지성을 리얼하게 유도하는 게임음악 등과 같은 '매개체 요소' 스토리텔링 또한 적절하게 활용되게 된다.

지구가 숱한 세월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오늘날의 역사와 과학과 문화를 생성시켜 왔듯이, 새로운 디지털지구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지구촌의 문명을 하나하나 쌓아 왔듯이 전 세계의 인류가 합심해 디지털지구를 함께 건설해 나갔을 때, 아주 건강한 메타버스가 구축되리라고 생각한다. 완성도 높은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풍부한 정보, 풍부한 체험, 풍부한 소통 등이 뒤따라줘야 한다. 건강한 메타버스 생태 환경을 위해 학문적으로, 기술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서비스적으로, 다양한 정책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구촌의 새로운 e-문명시대의 주도권 장악이라는 차원에서 브레인스토밍으로 촉발되는 무한 융합 게임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해 건강하고 독창적인 메타버스 시대를 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한 개인집단에서 이룰 수 없는 거대한 가상 신대륙 개척인 만큼, 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거시적인 안목에서 일관성 있고 통일된 지원책을 제시해 나가야 한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국제미래학회 게임정책위원장

<필자 소개>
이재홍 회장은 현재 숭실대 예술창착학부 교수로서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장 및 숭실대 콘텐츠정책연구소장, 대한민국게임정책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3대위원장, 한국게임학회 7, 8대 회장을 역임했고 게임스토리텔링과 메타버스 스토리텔링 분야의 교육과 연구 및 컨설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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