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성(generativity). 이 평범치 않은 단어는 종종 생산성이나 생식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그만큼 기존 개념으로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이 단어는 사회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c Erickson)에서 왔다. 그는 성인이 되면서 확립하게 되는 것으로 몇 가지를 정의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이 생성성을 들었다고 한다. 삶이 성숙해지면서 주변 누군가의 성장을 돕고자 하는 심리나 경향을 말한다는 것이다.
혁신가란 누굴까. 어떤 자질을 말하는 것일까. 여기에 수많은 주장이 있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 자질이야 말로 누구든 부러워할 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어떤 혁신가가 머물러 있던 곳엔 그의 자취가 분명 남겨져있을 테니 혁신기업에서 찾을 수 있는 특성과도 동조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혁신기업의 성공 원리가 되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1월 맥월드 엑스포(MacWorld Expo)에서 아이폰을 출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은 2년 반 동안 기다려 온 날입니다. 때때로 모든 것을 바꾸는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하고는 했습니다. 애플은 그런 몇 가지를 창조하는 행운을 가졌습니다. 매킨토시가 그랬고, 아이팟이 그랬지요.”
그러고는 다음과 같이 아이폰을 소개한다. “오늘 저는 세 가지 혁신제품을 소개하려 합니다. 첫째는 터치 컨트롤 스크린이 커진 아이팟입니다. 두 번째는 혁신적인 휴대폰입니다. 세 번째는 획기적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디바이스입니다. 하지만 세 개의 다른 무엇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이며, 우리는 그것을 아이폰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이 같은 잡스의 설명은 생성성을 혁신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 준다. 아이팟이나 아이폰은 단지 하나의 제품일 뿐이지만 우리로 하여금 음악을 듣는 방식과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
그뿐만인가. 아이팟이 아이튠즈(iTunes)를 통해 그리한 것처럼 아이폰은 앱스토어를 통해 수많은 개발자와 사용자가 만나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2008년 7월 출시 당시 125개의 프리웨어와 500개여개 앱으로 시작한 앱은 단지 1년 만에 5만개를 넘어선다. 그리고 2010년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라면 이미 익숙할 아이패드를 내놓는다.
그의 생성성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멀티 터치스크린, 스크롤링 및 주밍(zooming)과 관련해 200개 넘는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면서 대학 연구실과 작은 기업들에서 찾아낸 것들도 여럿이었다. 잡스마저 극찬을 마지않았다는 멀티 터치 기술은 미국 델라웨어대의 연구실 창업인 핑거 워크스(FingerWorks)에서 찾아냈다. 이렇게 아이폰은 자신은 물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가능하게 할 많은 창작가의 배양터가 됐다.
이노사이트 파트너 스콧 앤서니(Scoot Anthony)는 2010년 1월에 출시된 아이패드를 이해하지 못할 제품이라고 비평한다. 하지만 그 기고문 말미에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이런 의문점에도 애플을 반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애플은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총체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에서 존경받을 만합니다.”
어쩌면 어느 심리학자가 말한 생성성이란 바로 이런 총체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건 혁신의 정수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작은 효모 조각 하나가 배지를 온통 물들일 수 있다면 이보다 나은 혁신이 어디 있겠는가.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