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50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중국 알리바바 지분 보유분 일부를 처분한다. 경영 안정을 위한 현금 확보를 위해 최애 자산을 매도하는 결단을 내렸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SBG가 알리바바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거래에 따라 6월 기준 23.7%였던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보유 지분율은 매각이 마무리되는 9월 14.6%로 감소한다. 8일 SBG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3조1627억엔(약 36조800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2조16억엔(약 20조3000억원) 손실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적자다. 상반기에만 57조원 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외신은 SBG가 알리바바 지분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매각하며 위기 관리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손정의 SBG 회장은 지난 2000년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를 만나 2000만달러(약 261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운영사로 성장한 알리바바는 2014년 미국 증시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SBG는 한때 알리바바 주식을 보유 자산 가치의 약 70%를 차지할 때까지 확대했다. 이를 선물계약에 활용하면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알리바바 주가가 폭락했고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알리바바 지분 정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앞으로 SBG와 알리바바의 관계를 쉽게 전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압박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중 관계 경색에 따라 알리바바의 상장 폐지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SBG가 그동안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처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알리바바 지분 비율을 낮추면서 투자 활동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