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 떠넘긴 지방하천 관리…“국가 지원 없인 홍수 피해 반복”

2020년부터 지방관리로 이전
열악한 재정에 시설정비 방치 우려
기후위기 일상화에 구조적 한계
중앙정부 차원서 선제 투자 필요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집중호우가 쏟아진 11일 충북 청주시 무심천 하상도로가 파손돼 있다. 2022.8.11 kw@yna.co.kr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집중호우가 쏟아진 11일 충북 청주시 무심천 하상도로가 파손돼 있다. 2022.8.11 kw@yna.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서울시 수방·치수 분야 예산 추이

홍수 피해 대부분이 국가하천이 아닌 지방하천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관리 사업을 떠안은 지방자치단체의 가용예산이 부족,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중앙정부가 나서서 홍수재해예방 인프라 건설에 선제 투자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지방일괄이양법이 2020년 2월 제정됨에 따라 중앙정부의 지방하천관리 세원과 세출이 함께 지방으로 이전됐다. 자치분권을 강화해 상하수도·교통 등 지방 도시기반시설 정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지방 재정 건전성' 문제로 지방하천 관리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 경우 2011년 우면산 산사태로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후 수방·치수 예산을 2012년도 4317억원에서 꾸준히 확대, 2019년도 616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계속 줄어들어 올해는 4202억원까지 떨어졌다. 시가 올해 예산을 작년도보다 648억원 줄여 4450억원으로 편성했지만 시의회가 248억원을 추가 삭감했다.

올해 수방·치수 예산을 896억원 줄인 서울시는 지난 8일 폭우로 3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며 반포천으로 연결되는 강남역 인근 맨홀에서 실종·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도림천·중랑천·안양천이 범람하는 등 서울 곳곳이 침수 피해가 났다. 재해 직후 시는 앞으로 10년 동안 1조5000억원을 집중 투자해서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대심도 터널) 건설 계획을 내놓았지만 재정이 열악한 서울시는 재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방재 전문가는 “2020년부터 지방하천관리는 국가지원체계 업무가 지방으로 이전되며 세원과 세출도 함께 이전됐다”면서 “그러나 홍수재해예방 사업 등은 당장 가시적 성과가 없다 보니 지자체장은 물론 지역 의회에서도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지자체는 수방·치수 예산을 확대하는 만큼 다른 사업 예산을 줄여야 하는데 지자체장이나 지역의회 모두 부담된다”면서 “결국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 없이는 지방하천의 홍수재해는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호우경보가 내려진 11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유성천변의 보행교가 불어난 물에 잠겨있다. 2022.8.11 swan@yna.co.kr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호우경보가 내려진 11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유성천변의 보행교가 불어난 물에 잠겨있다. 2022.8.11 swan@yna.co.kr

지방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 8~9일 수도권을 강타한 비구름대가 이동하며 대전 유성천이 범람하고, 청주 무심천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곳곳에서 주택과 도로가 물에 잠기고 전신주가 쓰러졌다. 강원도 춘천과 원주 지역에서는 하천 급류 사망·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제방이 유실되고, 상하수도·수리 시설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환경부는 75개 대하천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는 인공지능(AI) 홍수예보 시스템을 218개 지류·지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보 시스템이 인명피해 최소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에 떠넘긴 지방하천 관리…“국가 지원 없인 홍수 피해 반복”

방재 전문가는 “기후변화로 홍수·태풍이 일상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하천관리를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정부에만 맡기다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면서 “중앙정부가 나서서 최소한 100년 빈도의 폭우를 기준으로 빗물터널·제방·댐 등 홍수재해예방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 기후변화 적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