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유니스트, 1㎚ 단일분자 자세변화 관측 성공..생명 기원 밝힐 실마리

향후 난치병 원인·치료법 개발 연구에 적용 기대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박경덕 물리학과 교수·통합과정 강민구 씨 연구팀이 유니스트(UNIST·총장 이용훈) 서영덕 화학과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상온에서 나타나는 단일분자의 자세 변화를 세계 최초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질의 기본단위인 분자 하나의 자세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단일분자 자세변화 관측에 성공한 연구팀. 왼쪽부터 포스텍 박경덕 교수, 통합과정 강민구 씨, UNIST 서영덕 교수.
<단일분자 자세변화 관측에 성공한 연구팀. 왼쪽부터 포스텍 박경덕 교수, 통합과정 강민구 씨, UNIST 서영덕 교수.>

공기에 노출된 분자는 주변 환경과 수시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 때문에 '분자 지문'이라고 불리는 '라만 산란' 신호를 검출하기 매우 어렵고, 분자를 영하 200℃ 이하로 얼려 가까스로 신호를 검출하더라도 단일분자 고유 특성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금 박막을 입힌 기판 위에 단일분자를 올리고 매우 얇은 산화알루미늄(Al2O3)층을 그 위에 이불처럼 덮어 '꽁꽁' 묶었다. 금과 산화알루미늄 사이에 갇힌 분자는 주변 환경과 분리돼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데다가 움직임 또한 억제됐다.

왼쪽이미지는 탐침증강 나노현미경을 이용해 금과 산화알루미늄 층 사이에 갇힌 분자를 관찰하는 것을 묘사한 그림. 오른쪽은 분자의 배향에 따라 분자의 진동모드가 변하는 것을 시각화한 그림.
<왼쪽이미지는 탐침증강 나노현미경을 이용해 금과 산화알루미늄 층 사이에 갇힌 분자를 관찰하는 것을 묘사한 그림. 오른쪽은 분자의 배향에 따라 분자의 진동모드가 변하는 것을 시각화한 그림.>

이렇게 고정된 분자는 연구팀이 개발한 초고감도 탐침증강 나노 현미경을 통해 관측됐다. 개발된 나노 현미경을 이용하면 날카로운 금속 탐침의 광학 안테나 효과로 단일분자의 미세한 광신호도 정확히 검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광학현미경 해상도 한계(약 500㎚)를 훨씬 뛰어넘어 1㎚ 크기 단일분자의 자세 변화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강민구 씨는 “제임스웹 망원경이 가장 먼 곳을 관측해 우주의 기원을 밝힌다면, 연구팀의 단일분자 현미경은 가장 작은 것을 관측해 생명의 기원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성과는 난치병의 원인 파악과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나 DNA의 분자 배향을 나노미터 수준까지 샅샅이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료 위에 얇은 층을 덮는 방식이 매우 간단한 데다가 상온 또는 고온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 응용 가능성도 크다.

이번 연구는 UNIST 이근식 교수·엘함 올라이키·주희태 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김현우·엄태영 박사, 포스텍 물리학과 통합과정 구연정·이형우 씨 등이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