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우영우, 어른·영향력·용기 알려준 존재" (우영우 종영인터뷰①)

박은빈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인터뷰①

"(우)영우가 저보다 더 어른답다고 생각하고 있다. 극 중 어른의 무게와 자신의 영향력을 아는 사람이고, 그 영향력을 좋은 데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여러모로 영우의 씩씩한 용기가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 것 같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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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이 드라마 속 '우영우'가 자신에게 남긴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다이아만티노 압구정에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배우 박은빈과 만났다.

박은빈은 1996년 한 아동복 모델로 데뷔, 시트콤·사극·일일드라마 등 폭넓은 작품에서 아역활약을 펼쳤으며, 2012년 '프로포즈 대작전'을 첫 주연작으로 성인연기자로서 안방에서 굳건한 존재감을 차지한 배우다. 2016년 JTBC '청춘시대' 송지원 역으로의 파격변신과 함께 2019년 SBS '스토브리그'와 올해 초 종영한 KBS2 '연모'로 정점을 찍고 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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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타이틀롤 우영우를 맡아 안방극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전문직 주인공 설정이 주는 엄청난 양의 대사량에도 불구하고, '자페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변호사'라는 설정을 현실감과 판타지의 중간점에서 담백하게 소화해내는 그의 모습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대중에게도 신드롬급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 전후 차이를 실감하는지?

▲작품 측면에서 심혈을 기울인 것은 맞지만, 대중성은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리고 기대하지 않았다.

방영 직후에는 생각 이상의 폭발적 반응에 살짝 무섭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인요청이 많아진 것 같다(웃음).

-'우영우' 선택배경?

▲비난과 비판의 일선에 서는 것이 배우라지만, 대본을 봤을 때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특히나 편견과 선입견 없이 접근해야 하는 캐릭터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그 신중을 기하는 모습에 감독님과 작가님이 필요한 부분이라 말씀해주셨고, 그만큼의 신뢰에 부응하고자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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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을 경험한 일이 있는지?

▲초등학교 시절 예체능 이동수업 당시 친구와의 경험, 2012년 대학생 때 고등학교와 연계한 체험활동으로 만난 친구 등 경험이 있다.

특히 체험활동으로 만났던 그 친구는 소통을 시도해봤지만 전혀 반응해주지 않아서 당황했었다. 그 때문에 '특수교육' 관련 교양과목을 듣기도 했다.

'우영우'를 하면서 그 친구들이 알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고, 교양수업을 가르치던 청각장애인 교수님이 "장애를 장해로 보지 말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던 말들이 되새겨졌다.

-박은빈 표 우영우를 만들기 위한 과정은?

▲매 에피소드마다 내용이 바뀐다는 것이 양날의 검이었다. 시청자들을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말하는 우영우의 편으로 만드는 데 핵심을 뒀다.

실제 자폐인 분들을 수단으로 심지 않아야 한다는 도의적인 책임과 함께 레퍼런스 참고는 최대한 배제하고, 우영우만의 고유성을 강조하자는 것으로 결정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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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올해 초 연모 종영 이후 불과 2주만에 촬영에 돌입했기에 더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영우가 자폐인의 대표도, 대변자도 아니기에 그만의 특징을 보여주자 생각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문교수님과 동그라미(주현영 분)의 조언으로 상대의 미간이나 어깨 언저리에 시선을 두면서, 좀 다른 반응양식의 영우를 표현했다.

-자폐 스펙트럼의 천재 변호사라는 설정과 함께, 대사량이 엄청났다. 고생했을 것 같은데?

▲잘 외우는 편이라 자부하지만 이번엔 좀 어려웠다. 처음에는 저는 물론 작가님이나 감독님, 자문교수님도 반신반의할 정도였다.

그런데 의도한 대로 잘 나오다보니까 점점 대사량이 늘더라(웃음). 최근 고래와 법률지식을 모두 표현하는 제주도 신이 담긴 13~14회차 모니터링을 들었는데, 상당한 대사량에도 기존보다 분량이 적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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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강태오 분)와의 러브라인, 장애인 사랑 에피소드, 정명석 변호사 등이 판타지적이라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작품을 하면서 '사람에게 불가능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거듭됐다. 현실근거에서만 창작물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듯, 캐릭터나 에피소드의 이야기들도 가능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상향이나 비현실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서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면 그러한 것들은 현실이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영우가 지닌 보편정서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외뿔고래 신이 아닐까 한다. 우영우가 처한 낯선 상황에 대한 긴장감과 불합리함을 피하지 않고 소신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극이 지닌 핵심정서가 아닐까 한다.

배우로서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었지만 우영우 성장서사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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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신드롬의 비결을 뭐라고 생각하나?

▲긍정평가와 비판이 다양하게 있었던 것으로 안다. 배우로서는 자폐스펙트럼의 우영우가 어떻게 세상을 마주하고 나아가는지 목격하며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뭉쳐진 게 아닐까 한다.

또한 남녀노소 가족시청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보면, 자극적인 게 적었던 드라마였던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 우영우가 박은빈에게 남긴 것?

▲도전의 두려움을 낯설게 해준 작품이다. 극 중 영우는 저보다 어른스럽다. 어른의 무게와 영향력을 알고, 그 영향력을 좋은 데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낯설고 불편한 것을 뛰어넘어 보겠다'라는 이야기가 지금 제게는 마법의 주문처럼 와닿는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