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37>혁신의 시작, 창조적 자신감을 갖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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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혁신은 기존과 다른 점진 또는 급진적인 변화를 일컫는다. 그러나 단순한 변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존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인식되며 새로운 가치와 연결된 것을 논할 때 비로소 혁신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는 “혁신은 소비자들이 지금까지 느껴 온 만족과 가치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이라고 한 것처럼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의미 때문에 기업에서 혁신은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어 왔다.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고, 기업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 지속적인 성과를 일궈내야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혁신 활동의 주체인 창의적 인재를 혁신의 핵심으로 꼽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자신을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직 사회생활 이전의 대학생들에게 질문해 봐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수업 가운데 '자신을 창의적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는 학생은 전체의 20~30%도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에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사 IDEO의 파트너인 톰 켈리와 창립자인 데이비드 켈리 형제는 그들의 책 '유쾌한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모든 사람은 천성적으로 매우 창의적”이라고 말한다. 다만 사람들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판단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첫 번째 단계에 대한 두려움 △통제력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이 네 가지 두려움이 우리를 더 창의적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창조적 자신감'(Creative Confidence)을 길러서 사람들을 더욱 창의적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창조적 자신감이란 우리에게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타고난 능력인 창의성과 그것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포함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확신 없이도 계속 전진할 수 있는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작동하지 않아도 낙담하지 않고 의욕을 내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시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즉 '스스로 창의적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으로 세상에 접근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창조적 자신감은 '사회학습이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앨버트 밴듀라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에서 출발한다. 자기효능감은 일반적으로 '스스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신념 또는 기대'를 의미한다.

밴듀라는 뱀 공포증에 관한 실험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제시했다. 이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고 인식하게 하고, 단계적으로 초기 인식이 제대로 실행되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스스로의 회복력으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켈리 형제는 “창의성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연습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대신하며 창조적 자신감을 주장했다. 창조적 자신감은 주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으로, 특히 이러한 자기 확신은 혁신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것이 디자인 싱킹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이다.

디자인 싱킹은 모든 유형의 도전에 적용되는 문제 해결에 대한 인간 중심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보다 앞서 IDEO의 최고경영자(CEO) 팀 브라운은 켈리 형제와 함께 디자인 싱킹을 '사람의 요구, 기술의 가능성,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요구 사항을 통합하기 위해 인간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혁신 방식'이라고 했다. 그리고 디자인 싱킹의 핵심 구성 요소로 공감, 개념화, 반복을 말했다.

여기서 공감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사람들의 필요성과 경험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개념화와 반복은 문제를 재구성하고 초기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즉 다양하게 개념화하고 만들며 반복해 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타고난 능력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창의성)과 행동할 수 있는 용기(자신감)인 창조적 자신감이 매우 중요하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해서 엔지니어에게 그것을 제작하도록 하고, 전 세계 고객에게 그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원동력이 된 것처럼.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