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코리아 우리가 이끈다]한국환경공단

기후위기 시대 도시침수 대응 해법 '하수터널' 주목

한국환경공단 하수터널 시공 현장
한국환경공단 하수터널 시공 현장

한국환경공단이 국내 상습 침수지역을 중심으로 구축한 대규모 하수터널이 기후 위기 시대 도시침수 대응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가 촉발한 극한의 집중호우가 전국 주요 도시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달 8~9일에는 중부지방에 80년 만의 폭우가 쏟아져 내리면서 강남을 비롯한 서울 도심이 물바다가 됐다.

그러나 한국환경공단이 2018년 도시침수 예방사업을 완료한 경기도 부천 지역은 준공 후 역대급 장마와 태풍 등에도 침수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어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를 대비해 홍수재해예방 인프라에 선제 투자한 결과 침수로부터 시민 안전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다.

기존 하수도시설 정비사업은 과거 강우 자료와 단순 경험을 바탕으로 하수관로 크기를 결정하고 펌프장, 저류시설 등을 일률적이고 단편적으로 설계됐다. 특히 빗물을 수집·이송하는 국내 하수관로 설계용량이 대부분이 5~10년 빈도로 설치됐다. 이를 상향하는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빗물을 배제할 수 있는 역량을 초과해 침수 사태가 발생한다.

환경부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부천시 등 6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전국 135개 지역에 도시침수 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침수 예방사업은 기존 단순 복구 위주 정비사업과 달리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와 지역 특성을 반영해 30년 빈도 이상으로 설계된다. 복잡한 지하시설이 많은 도심지에는 지하하수터널을 설치하고, 도로 등 관로 노선에 비교적 여유가 많은 지역은 우수관로를 개선한다. 저지대나 하천수위보다 낮은 지역에는 펌프장을 설치한다. 최신 프로그램으로 지표면과 관로 내로 흐르는 물을 동시에 추적하는 등 과학적 설계기법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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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환경공단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반지하 가구가 많고 복잡한 지하 시설물이 매설돼 하수관로 정비가 어려운 부천시 오정구 일원에 국내 최초로 빗물 배제를 위한 대규모 하수터널을 설치했다. 실드 터널굴착장비(Shield TBM) 공법으로 지하 10m 깊이에 오정빗물펌프장과 연계된 직경 4.3m, 연장 1㎞ 하수터널을 설치했으며, 도심지 빗물을 일시에 저류했다가 호우가 끝나면 펌프장을 통해 인근 하천으로 배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빗물 1만5400톤을 저류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확보해 시간당 91㎜의 집중호우에도 침수에 대비할 수 있어 상습 범람으로 주민들이 오랜 기간 겪었던 고충을 마침내 해소시켰다는 평가다.
최근 지구 표면 온도가 약 150년 전보다 1.1도 상승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극심한 폭우·폭염과 가뭄·홍수 재해가 빈번해지고 악화하고 있다. 국민 안전·생명을 지키기 위해 상습 침수지역 선제적 재해예방이 시급하다. 환경공단은 최근 출범된 '환경부 도시침수대응기획단'에 합류, 디지털트윈·인공지능(AI) 홍수예보 기술과 연계해 하수터널 인프라 확충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환경공단 하수터널 모식도
한국환경공단 하수터널 모식도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