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정감사]정쟁으로 시작해 정쟁으로 끝난 국정감사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는 정쟁으로 시작해 정쟁으로 끝났다. 초반 윤 대통령의 외교참사 논란을 시작으로, 구시대적 '종북'과 '친일' 프레임 논쟁, 막판엔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으로 '정치탄압' 이슈가 모든 민생 안건을 잠식했다.

24일 종합국감을 끝으로 3주간의 국감 일정을 마무리 한 국회는 마지막까지 상대 진영을 향한 난타전을 이어갔다. 논란의 핵심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감에서는 최근 이어지는 검찰 수사행태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진행됐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여당이 민생에 올인해도 부족한 때에 야당 탄압으로 국민의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비속어, 국방 참사 등을 야당 탄압으로 다 빨아들이는 것을 성공했겠지만,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라며 “국정감사 기간 야당을 압수수색 한 것은 일부러 정치를 파행시키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를 팽개친 곳은 야당이라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은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정치탄압'과 '보복수사'를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여야간 공방이 이어가면서 법사위는 여야간 정쟁으로 치달았다.

당장 25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도 야당의 보이콧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국감의 정상 진행을 방해하고 파행을 유발하는 기습적인 야당 당사 침탈"이라며 국감 일정을 보류했다.

오 원내대변인은 ”협치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권의 태도에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결의했다“라며 ”막말을 포함해 헌정사에 다시 없을 야당을 향한 부당한 행태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다만 어떻게 시정연설을 거부하겠다는 것인지는 정하지 않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으름장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대위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듣는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책무이지 선택사항은 아닐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꼬였다. 극도의 여야 대치정국에서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이 터지면서 일찌감치 정쟁국감을 예고했다. 국감 중반에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미일 연합훈련을 두고 이 대표가 '친일국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상임위 별로 간혹 예산과 정책 관련 질의가 오고가긴 했지만, 여야간 정쟁이 '친일'과 '종북'의 프레임 대결까지 확대되면서 양당이 외쳤던 민생국감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나마 나온 정책질의도 여당은 전 정부, 야당은 현 정부의 실정 책임론을 추궁하는데 열중하는 것이 전부였다.

국감 때마다 벌어지는 '묻지마 증인신청' 악습도 여전했다. 150여명의 기업인들이 증인으로 소환되면서 경제위기 상황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호통 국감'을 한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큰 한방이 없이 공방만 반복하다 끝난 국감이다. 국감 기간 중 터진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로 SK, 카카오, 네이버 그룹 총수들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플랫폼 기업 서비스 운영실대와 독과점 이슈가 관심을 끌긴 했지만, 정작 종합국감이 파행을 겪으면서 용두사미의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애당초 국감의 대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 모두 당 내홍을 정리하다보니 정작 국정감사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한 국회관계자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은 전당대회로, 국민의힘은 비대위와 당 대표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다보니, 물리적으로 국정감사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