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40>기업가정신과 디자인 싱킹(2)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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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후변화, 인구절벽, 디지털전환 등과 같은 전 세계적 위기와 더불어 추락하는 경기 침체의 새로운 성장 해법으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지수는 2019년 기준 27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기술혁신에 따른 기존의 사회, 경제, 산업 체계 변화 등 새로운 질서와 경계에 선 지금,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인가. 지난 글에 이어 창조적 혁신의 방향에서 기업가정신과 디자인 싱킹의 개념을 통해 한번 살펴보자.

기업가정신은 1900년대 초부터 조지프 슘페터, 하워드 스티븐슨, 피터 드러커, 제프리 티몬스 등 여러 학자를 통해 개념화됐다. 슘페터는 기업가정신을 '새로운 요소의 결합을 발견하고 촉진하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라고 했다. 스티븐슨은 '기회를 추구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드러커는 '변화를 탐색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것', 티몬스는 '기회에 초점을 두고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사고, 추론, 행동방식으로써 결과적으로 무에서 유를 이뤄내는 인간적이고 창조적인 행동'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개념을 근간으로 1999년 OECD는 기업가징신을 '기회를 포착하고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 창조적 도전을 해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처럼 기업가정신은 개인 혹은 기업과 상관없이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기회를 포착하며,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 분배하는 활동을 통해 사회의 성장과 고용을 확대하는 활동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기업가란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기회를 발견하는 힘'과 새로운 해결방안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힘'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가라는 용어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기업가는 한자로 '발돋움할 기(企)'를 쓰는 '企業家(기업가)'로 주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이것은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을 뜻하며, 영어로는 'Business man'으로 지칭된다. 그러나 앞서 말한 기업가정신에서의 기업가, 즉 앙트러프러너(Entrepreneur)는 한자로 '起業家(기업가)'다. '일어날 기(起)'를 써서 '업을 일으키는 사람'을 의미한다. 단순히 회사를 창업하고 경영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일(가치)을 창출하는 사람'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업가정신에서 의미하는 기업가는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기회를 발견하는 힘'과 새로운 해결방안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힘'을 가진 기업가(起業家)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볼 때 기업가정신과 디자인 싱킹은 잠재된 기회를 발견하고 미래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사고방식과 활동방식을 모두 포함하는 유사성을 가진다.

첫 번째로 '기회의 발견'이라는 관점에서 기업가(起業家) 의미는 디자인 싱킹을 실천하는 사람과 비슷하다. 경영학자 로저 마틴은 디자인 싱킹을 '모든 혁신이 거친 과정'으로,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문제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즉, 디자인 싱킹은 '예(Yes)' 또는 '아니오(No)'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두 가지 대답이 가지는 장단점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가치, 즉 기회를 만들어내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팀 브라운 IDEO 최고경영자는 여기에 구체적인 방법론을 더해 디자인 싱킹을 '관찰, 공감, 협력을 통한 영감(Inspiration)과 통합적 사고(Ideation)를 통해 최선의 답을 얻어내는 과정(Implementation)'이라고 했다. 그는 디자인 싱킹의 시작은 '우연한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모호하고 불확실한 가운데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영감(기회)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일본의 디자이너 하라 켄냐는 디자인의 개념을 '새로운 의문(기회)을 계속 발견해나가는 것'이라고 함으로써 디자인 싱킹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줬다.

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 이를 통해 오늘의 기회를 발견해가는 것이야말로 불확실한 이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힘 중 하나가 아닐까. 오늘도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함께 디자인 싱킹해보자.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