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영의 시대정신] <4>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일람하다

[여호영의 시대정신] <4>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일람하다

수십년 전부터 기회가 닿으면 이 책을 서재에 비치하고 싶었다. 이 희망이 최근에야 이뤄졌다. 이 책 소개는 학교 은사로부터 들었다. 한 사립학교 부설 연구소에서 한국문화사대계를 편찬했다. 바로 다음 국가의 엄청난 예산으로 이와 비슷한 대백과사전을 편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문화사대계는 요즘은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 책은 조지훈 선생에 의해 기획됐다. 발간 당시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의 한국학 학계에서는 광복 후 한국문화사의 3대 업적 가운데 하나라고 칭송한다. 이 성과물을 바탕에 깔고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편찬됐다.

한 질의 분량이 대단하다. 책을 눕혀서 쌓은 높이가 2m는 족히 넘는다. 총27권으로 돼 있다. 각 권은 평균 900쪽 이상이다. 이 책의 크기는 4.6배판이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두 배로 펼친 크기다. 각 쪽은 3단으로 돼 있다. 글자 크기는 10호다. 전체 쪽수는 약 2만5000쪽 안팎이다. 7만5000단이다. 각 단은 59줄로 돼 있다. 각 줄은 평균 6개 단어(22자)로 돼 있다. 개략적으로 총 2700만개 단어(약 1억자)로 구성돼 있다. 팔만대장경 글자 수의 두 배다.

이 단어들이 서술하고자 하는 원 의미를 중언부언한 것 없도록 편수가 잘돼 있다. 먼저 대백과사전에 실릴 후보 항목(article)을 선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상향식 민족문화분류표를 만들었다. 항목이 어디에 속할 것인지 분류표를 확정했다. 각 항목은 민족문화분류표상의 어느 큰 항목으로 소속시켰다. 이렇게 함으로서 유사한 항목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 봉쇄했다. 또 어떤 사실을 어느 항목에서 다룰 것인지를 분류표에 분류된 대로 판단했다. 어떤 사실이 분류표 상 어느 항목에서 다루는 것이 합당한지를 사전에 판단했다. 이렇게 정치한 편집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진은 약 10회 정도 나왔다. 핀이 약간 다르게 촬영된 것도 같은 사진으로 보면 이 숫자보다 더 많다. 전반적으로 편집이 잘됐다.

한 쪽 한 쪽 넘겨 보는 데 꼭 2개월이 걸렸다. 평균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봤다. 전부를 다 보고 난 소감이 있다. 한국 민족문화를 가장 구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표현한 책을 봤다는 것이다. 전체를 빠짐없이 또 상세하게 기술하여 놓았다. 모든 내용은 그 항목의 전문가가 참고문헌에 의거해 기술했다. 모든 항목에는 기술자 성명을 명기해 놓았다. 모든 쪽마다 빠지지 않은 항목은 인명이다. 다음은 문헌이다. 다음으로는 사진으로, 한옥이 주를 이뤘다. 사진이 글보다 더 이미지로 남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민족문화에 수많은 인명이 나온다. 인명 한 사람마다 그 사람의 생애를 요약해 놓았다. 문헌들은 한국민족문화의 광범위함과 정치(정교)함을 말하고 있다.

근대국가로의 이행을 위한 골든타임이 있었다. 1860부터 1900년까지 40년 동안이 골든타임이었다. 골든타임 후반기에는 정신을 차리고 국가를 살리려고 애쓰는 모습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 시간 동안 통치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되지 못했다. 이유는 이 시스템에 포함된 관료 및 시민들의 근대국가 건설에 대한 의식 차이 때문이다. 대한제국의 분투가 엿보였다. 다른 특이점은 샤머니즘 관련 항목이 많았다. 전국적으로 무속인 약 40만명이 아직도 이 분야에서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법카가 있었다. 초료장이다. 병조에서 목적지와 직급에 맞게 법카에 충전해 준다. 관리가 공무차 지방 여행 시 역참에서 숙식하는 양을 역참 관리인이 소지한 법카에다 기재한다. 가맹점에서 사용한 양만큼을 초료장에 기록한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최근 TV 프로에 소개됐다.

대한민국의 지속 발전을 위한 선택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한국민족문화에 각인된 DNA는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이를 거듭할 것인가. 또 미래 선택에 무슨 특징으로 나타날 것인가.

이 백과사전을 4~5번은 더 볼 생각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관심 있는 것은 아티컬을 읽을 것이다. 아들이 대학생 때 왜 한자를 배워야 하냐고 묻기에 다음에 답해 준다고 했다. 한자를 배울 것이다. 많이 나오는데 비해 아직 모르는 한자를 우선 배우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문헌 원문을 읽는 훈련을 할 것이다. 번역해 놓은 것이 있겠지만 스스로 그 의미를 음미해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두 번째 백과사전을 일람한 다음 받은 느낌을 또 다른 에세이로 쓸 예정이다. 그 내용과 지금 이 내용과의 차이가 무엇이 될 지 벌써 궁금해진다.

여호영 지아이에스 대표이사 yeohy_g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