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사칭' 전화에 낚인 폴란드 대통령…"러랑 전쟁 원치 않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폴란드 대통령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폴란드 대통령실.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폴란드 동부에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져 확전이 우려됐던 지난 15일(현지시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인에게 “러시아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던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블룸버그 통신,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 코미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을 사칭해 두다 대통령을 속이고 이를 촬영한 영상을 러시아 영상 사이트 ‘루튜브’에 공개했다.

폴란드 대통령실도 이날 통화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두다 대통령이 대화의 흐름에 이상함을 느끼고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장난전화를 건 이들은 러시아 코미디언 보반(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과 넥서스(알렉세이 스톨랴로프)다.

지난 1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하던 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동부 국경 마을에 미사일이 떨어져 농민 2명이 숨졌다. 이를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으나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이 잘못 떨어졌다고 잠정 결론 냈다.

사고 당일 러시아 코미디언 일당은 폴란드 대통령실에 전화해 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두다 대통령은 일당에게 스톨텐베르그 총장과 나토 조약 4조 절차 시작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나토 조약 4조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언제든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또한 두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통화한 사실을 이들에게 말했다. 프랑스 억양을 흉내 낸 러 코미디언 일당이 “바이든 대통령이 미사일을 러시아 책임으로 보고 있는가”라고 묻자 두다 대통령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라며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4조만 말하는거지 5조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5조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폴란드는 이번에 두다 대통령을 속인 코미디언들이 연락처를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경위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2020년에도 두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들을 안토니오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이라고 속인 적 있다. 이외에도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칭했으며,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튼 존 등을 속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