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복귀 여부 촉각...삼성전자 주총 한 달 앞으로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가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이 회장의 출사표에 따라 이번 정기총회에서 등기이사 자리에 다시 올라 '이재용 이사회'를 완성하고 '뉴삼성'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 승진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자료:전자신문DB]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 승진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자료:전자신문DB]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중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처리할 안건 선정을 위해 논의 중이다. 지난해와 동일한 시기에 주총을 연다면 주총일은 다음달 15일께로 예상되며, 이에 한 달 앞선 이달 15일 전후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에 주총 안건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 채택 여부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2019년 10월 임기가 만료된 후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취업제한 문제가 해결됐고, 정관상 삼성전자 이사회는 3~14명으로 구성토록 돼 있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문제가 없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DX),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DS), 노태문 사업부장 사장(MX),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DX), 이정배 사업부장 사장(메모리) 등이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외이사는 김한조, 김선욱, 김종훈, 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등이다. 이미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한 명 더 많기 때문에 이 회장이 사내이사로 합류해도 사외이사를 과반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상법에 부합한다.

등기이사와 미등기이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회사 핵심 의사결정을 논의하는 이사회 참여 여부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에 포함되지만 미등기이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 회장의 승진 배경으로 책임경영 강화를 내세운 바 있고,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올라서야만 그 목적에 보다 부합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대형 인수합병(M&A) 추진 등 투자를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적극적인 경영을 하려면 등기이사로 올라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미등기이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모두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정 회장과 구 회장은 이사회 의장까지 겸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진정한 의미의 책임경영을 펼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이려면 등기이사로 복귀해 적법한 책임과 역할을 맡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이미 사실상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있어 굳이 등기이사에 오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부당합병 의혹 관련 재판을 고려한다면 등기이사 복귀를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