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가 쏘아올린 공, 삼성페이 유료화 '만지작'

애플페이가 쏘아올린 공, 삼성페이 유료화 '만지작'

삼성전자가 그동안 카드사에 무료로 서비스하던 삼성페이 결제수수료의 유료화 움직임이 포착됐다. 금융당국이 애플페이 국내 허가 과정에서 카드사에 결제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가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의 유료화 전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최근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하면서 결제 때 발생하는 결제수수료를 소비자·가맹점이 아닌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애플페이와 유사한 구조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전자가 결제수수료를 카드사가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삼성페이를 쓸 때 발생하는 결제수수료 등을 도입 초기부터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애플페이 유권해석 결과로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삼성페이의 유료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최근 삼성전자가 카드업계와 자리를 마련,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답했다.

삼성페이는 삼성전자가 미국 모바일 결제 벤처기업 '루프페이'를 인수해 2015년 8월 국내에 처음 도입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글로벌 20여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8월 말 기준 가입자만 1900만명에 이른다. 해외에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만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도 지원, 별도의 전용 단말기 없이 터치하는 것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업계는 삼성페이의 유료화 움직임이 애플페이 유권해석 외에 줄어든 수익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카드사를 제외한 모든 전업 카드사가 앱카드 내 삼성페이 라이선스 계약을 모두 중단했다.

현재 삼성페이는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카드사가 앱카드에서 삼성페이를 쓸 수 있도록 일종의 라이선스를 부여, 수수료를 받고 있다. 라이선스는 앱카드에서 직접 삼성페이를 구동하는 방식과 앱카드 내 링크 방식으로 나뉜다. 직접 방식은 계약금이 15억원 안팎, 링크 방식은 5억원 상당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모든 카드사에 직접 방식의 라이선스 계약을 요구하면서 지난해 신한·KB국민·하나카드를 제외한 전업계 모든 카드사가 계약을 종료했다.

카드사는 삼성페이의 유료화 검토가 나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연이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원가 이하의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가맹점은 전체 카드가맹점에서 96.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결제수수료 유료화 부과 검토에 대해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현재 국내에서 결제수수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결제수수료 유료화 등 관련 내용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