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대표의 UX스토리]〈2〉챗GPT, 사용자는 서술형이다

[김인숙 대표의 UX스토리]〈2〉챗GPT, 사용자는 서술형이다

영화 'her'를 생각나게 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로 챗GPT다. 챗GPT 기사를 접하고 있으면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운용체계(OS) 비서 '사만다'가 생각난다. 그녀는 AI OS이며, 얼굴은 없지만 인간과 대화하고 남자 주인공과 감정적 교류를 한다.

챗GPT 현재 기술력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앞으로 더 고도화된 AI이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머지않아 나도 '사만다'를 만날 것만 같다.

그러나 챗GPT는 AI 비서 사만다와 지향점이 많이 다르다. 쉽게 비교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사만다는 음성 기반으로 자연어 처리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와 음성 대화를 하며, 인간관계와 감정적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사만다와 주인공 남자는 사랑에 빠진다. 사만다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고 특정 상황에 따른 감정을 터치하면서 나눈 대화는 AI 사만다를 사람으로 착각되기에 충분하다.

반면에 챗GPT는 텍스트 기반으로 사용자가 무엇인가를 요구하거나 질문하면 과거에 수집해서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하는 로직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상황, 감정, 어떤 흐름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주제에 대한 질문에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

챗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로, '미리 학습된' 의미가 담겨 있다. 즉, 과거 데이터를 미리 학습·생성해 내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요리 레시피부터 업무용 미팅 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도 일목요연하게 안내해 준다. 문화, 역사, 기술, 건강, 음식, 스포츠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대답할 수 있고 질의자가 여러 가지 질문을 함으로써 그 질문 속에서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학습해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사용자경험(UX) 관점에 있는 필자가 보는 챗GPT와 사만다는 매우 다르다. 사만다는 남자 주인공을 마주했을 때 먼저 '하이'(hi)라고 말한다. 또한 상대방의 기분이 어떤지도 물어 본다. 더 중요한 것은 사만다는 대화 상대자의 감정 흐름이나 처해진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영화 속 AI와 현실의 AI 비교가 다소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를 통해 보면 챗GPT가 어떤 특성을 띠는 대상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챗GPT는 단답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듯하다. 즉 사용자가 질문하면 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휴대폰의 다양한 앱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TV, 공기청정기, 냉장고 등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을 우리는 '사용자'라고 부른다. 사용자는 네모난 스크린을 이용하지만 그 속에 들어가서 사는 것은 아니다. 고정된 제품을 사용하지만 사용자는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며 생각하는 존재다. UX를 정의할 때 서비스를 사용하기 전, 사용 중, 사용한 후의 총체적 경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UX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사용 이전에는 어떤 상황인지부터 고려해야 하며, 이러한 접근방법으로 사용자 시나리오(User Scenario)를 작성한다.

예를 들어 보자. 아침 출근 전에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 들렸다. 나와 마찬가지로 많은 직장인의 패턴이 비슷했기 때문에 대기줄이 있었다. 곧 내 차례가 왔고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A카드사의 앱으로 결제하려고 앱을 실행하는데 갑자기 업데이트를 하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순간 '업데이트하면 시간이 걸릴 텐데, 업데이트 끝나고 다시 앱 켜는 시간까지 기다리기에는 뒷줄의 사람들의 눈총이 따갑다'라는 것을 순간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뒤를 돌아보면 긴 줄이 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 아침의 업데이트 알림은 유쾌하지 않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지갑의 플라스틱 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게 만든다. 이 시나리오는 우리가 겪는 일반적 상황이라 굳이 특별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러한 사용자 시나리오가 있다면 앱 업데이트를 출근시간에 하지 않도록 공급자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서비스를 사용하기 전, 사용 중, 사용한 후라는 총체적 경험 관점에서 본다면 사용자는 챗GPT와 완전히 다른 서술형이다. 서술형이란 주어진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지식 수준을 담아 논리적 흐름에 따라 풀어서 말하는(또는 작성하는 것) 형태를 말한다. 학교 시험문제의 서술형, 면접에서의 서술형이 대표적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이해도와 지식 수준, 사용 목적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경험하게 된다. 공급자가 제공한 올바른 길을 누구나 찾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사용자를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필요하고, 서비스에 반영해야 한다. 사용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이해·지식 수준에서 서비스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필자는 사용자를 서술형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영화 속 사만다는 영화 말미에서 끝내 서술형 인간이 되지 못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챗GPT와 며칠 동안 대화해 보았고, 챗GPT 도움을 약 50% 받아 작성했다. 특히 사만다와 챗GPT 비교는 챗GPT가 스스로 분석한 내용으로, 흥미로웠다.

김인숙 팀플레이어 대표 ux.teamply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