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112〉장애인 사이보그가 노모를 돌볼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의 일상과 의식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 제한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육기관이나 관련 서비스 제공 기관이 문을 걸어 잠궜고, 이들의 교육과 돌봄은 어느새 오롯이 가족 몫이 되면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은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위협을 받았다.

[ET대학포럼]〈112〉장애인 사이보그가 노모를 돌볼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주된 돌봄 제공자인 가족의 고립감과 우울감은 깊어졌고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가슴아픈 뉴스를 접했을 때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발달적으로 성장 속도가 느리고 도달하는 정점이 또래에 비해 낮은 특징을 보이는 발달장애인은 개인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사회 변화와 수용이 간절하다.

그렇게 때문에 타고난 조건이 뛰어나지 않은 발달장애인은 어릴 때부터 변동성 높은 다양한 환경과 맥락 안에서 꾸준히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 있도록 환경과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과 기회 마련의 일차적 책임은 언제나 가족 구성원에게 부과되어 왔고, 개인(가정)의 수준에서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발달장애인 국가 책임제를 선언하며 우리 사회가 함께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 수준은 삶을 살아갈 개인의 역량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타인에 의한 안전을 보장하는 돌봄 서비스 강화 또는 현상 유지에 머물고 있다. 현재의 틀에 안주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동안의 전형을 깨고 익숙한 것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있어야 발달장애인의 삶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추진력이 될 수 있지만 언제나 잃을 것 없는 안전한 도전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장애와 기술은 장애의 결함을 공학 기술이 대체, 비장애인과 유사하거나 이를 완전히 보상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어쩌면 장애와 공학 기술은 사이버네틱스와 유기체의 합성어인 사이보그적 존재, 기계와 유기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있는 존재가 형성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비장애인 관점에서 장애인 사이보그라 하면 첨단공학의 아이콘 또는 성공적 기술 적용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한 기술이 적용된 의족을 신고 달리는 육상선수, 로봇 슈트를 입고 부모에게 걸어가는 지체장애인은 '정상인'이 될 수 없다.

현실 속 장애인 사이보그는 고가의 장비, 배터리의 방전에 불안한 삶을 살고 있으며, '보철 다리에 의해 원래 신체가 짓눌리거나 약해지고', '귓속에 꼭꼭 숨어 누구도 보지 못하는 삽입형 보청기는 중이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AR, VR, MR 등의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해 장애인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되고 있지만 이로 장애인은 굳이 밖으로 나올 이유가 없이 집 안에서 진짜 같은 가짜만을 보며 더욱 고립되거나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장애와 기술은 장애인 자신이 겪고 있는 구체적 장애 경험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상의 기술을 재구성하고 미래를 설계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비장애인 전문가들이 장애인을 '위해' 만든 기술이 장애인을 비장애인처럼 살아가길 바라기보다는 장애인의 '장애'를 그대로 인정하며 이들 삶의 공간적·관계적 확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휠체어를 타지 않고 살던 자신의 신체를 기억해 내기 어려운 사람이 휠체어를 이용하며 충분히 접근 가능한 건축물을 짓고, 무거운 전동휠체어 대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익숙하고 가벼운 '내 휠체어'에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전동 키트를 장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처럼 수많은 장애인의 삶은 기술과 연관되어 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장애인 사이보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사회의 한 구성원을 살아가기 위해 이들의 행동적인 문제도 비장애인 입장에서 '사회적 관계'를 강요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기술을 익혀 불편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의 불편한 관계를 유발하는 행동을 관리하기 위해 '인간지능'을 활용하기보다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효율성을 확장하는 연구로 기술 사용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애인 모두가 기술 중심이 될 수는 없으며, 모두가 사이보그가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결국 장애와 기술 관계는 장애인이 기술 자체에 접근할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장애인이 기술을 활용해서 나이 드신 부모를 간병하는 보호자가 될 수 있고,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능력 있는 교사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장애인과 기술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박경옥 대구대 교수,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 소장 kopark@dae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