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를 말한다]계정 공유금지 '반발', 순차공개는 '효과적'

구독자 정체기 생존경쟁 돌입
넷플 광고요금제, 이용자 외면
순차공개, 화제성 유지에 효과적

[OTT를 말한다]계정 공유금지 '반발', 순차공개는 '효과적'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월간활성이용자(MAU) 수 비교

생존 경쟁에 돌입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광고요금제, 주차별·파트별 순차공개, 계정공유 금지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영화·공연 관람 등 OTT를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OTT 이용시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비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OTT업계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2분기 연속으로 글로벌 가입자가 순감했다. 서비스 출시 10년 만에 첫 감소다. 디즈니플러스는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 가입자가 감소했다.

K-OTT 상황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에 따르면 월간활성이용자(MAU) 숫자가 매달 줄어드는 사업자가 나온다. 유료 가입자가 정체 또는 감소세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 정체기를 맞아 국내외 OTT 사업자 모두 각종 비용을 최소화하고 예년 대비 오리지널 콘텐츠 발굴·제작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선도하는 변화

넷플릭스는 OTT 성장 침체기를 맞아 광고형 저가 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금지, 오리지널 콘텐츠 파트별 순차 공개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사업자 지위를 활용, 콘텐츠 투자비용 회수와 가입자 유지를 지속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익모델이 월 구독료 위주인 OTT 입장에서 성장 정체기에 채택할 수 있는 선택지다. OTT의 경우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과 달리 별도 약정이 없어 언제든 가입과 해지가 가능한 상황이다. 오리지널·독점 콘텐츠 수급 여부에 따라 OTT 이용자가 증감을 반복하는 이유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OTT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비용을 줄이거나 매출을 증가시키는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며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가 무료체험 서비스 중단, 계정 공유 금지, 광고 요금제 도입 등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광고요금제·공유금지 효과 '미미'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한국 등 세계 12개국에서 광고형 저가요금제를 출시했다. 시간당 평균 4~5분 길이 광고를 보면 기존 베이직 요금제 반값 수준인 월 5500원에 구독할 수 있는 신규 요금제다.

국내에서는 나스미디어가 넷플릭스와 국내 광고주를 연결하고 광고 판매를 대행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15초 또는 30초 길이 광고를 콘텐츠 재생 시작 전과 도중에 송출한다. 라이선스 등 이유로 일부 콘텐츠 시청제한, 저장불가 등 제약이 있다. 〈본지 2022년 10월 18일자 6면 참조〉

그 결과, 기존 베이직 요금제의 절반 수준임에도 콘텐츠 시청 전후 광고를 필히 시청해야 하는 까닭에 이용자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국내에서 월 1만원대 요금에 광고를 보지 않고 스트리밍 시청이 가능한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가 다수인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 해석이다.

이달 말 주요 국가에서 도입 확대를 예고한 넷플릭스 계정 공유 금지 관련 반발도 상당하다. 국내 이용자 10명 중 6명이 계정 공유 유료화가 진행되면 서비스를 해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달 23~27일 20~50대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주지가 다른 이용자 간 계정 공유를 금지할 경우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62.8%가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계정 공유 유료 가입자 중 추가 요금을 더 분담하고 계속 이용한다는 답변은 7.7%였다. 계정 공유를 중단하고 신규 계정으로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이용자는 6.4%에 그쳤다.

국내 주요 OTT 월별 이용자 수 추이(출처:모바일인덱스)
국내 주요 OTT 월별 이용자 수 추이(출처:모바일인덱스)

◇주차별·파트별 공개는 '순항'

반면 주차별·파트별 공개는 순항 중이다. 전편공개와 몰아보기를 의미하는 '빈지 오픈'과 '빈지 워치'라는 말을 유행시킨 넷플릭스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파트1·2로 나눠 제공하는 순차 공개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넷플릭스 스페인 오리지널 지식재산(IP) 한국판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은 반 년 주기로 공개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공개한 '더 글로리'는 파트1 공개 이후 “연진아” 등 각종 밈(meme)을 양산하며 세 달 째 화제성을 이어갔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더 글로리' 공개 직후인 올해 1월 넷플릭스 국내 MAU는 1257만명으로 증가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1150만명으로 감소, '더 글로리' 효과를 톡톡히 봤다. 10일 파트2 공개 이후 MAU가 1월 수준으로 회복하거나 그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OTT 사업자는 빈지 워치보다 순차 공개를 지향한다. 매달 꾸준히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고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빈지 오픈이 아닌 주단위 공개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흥행작을 순차 공개할 경우 화제성도 지속할 수 있다.

실제 웨이브는 서비스 초기 오리지널 옴니버스 영화 'SF8',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유 레이즈 미 업' 등 일부 콘텐츠에 한해 빈지 오픈을 택했지만 이후 순차 공개 비중을 높였다.

티빙은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괴이'를 제외한 다수 오리지널 콘텐츠를 순차 공개했다. 왓챠 역시 '시맨틱 에러'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매주 공개했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OTT도 첫 주에는 화제성 극대화를 위해 2~3편을 동시에 공개한 뒤 매주 한두 회차씩 선보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매주 한두 편씩 드라마를 보는 게 익숙한 국내 이용자를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청하기 시작하면 최소 5시간 이상 투자해야 하는 전편 몰아보기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시각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OTT 시청 행태를 살펴보면 매주 적당량 콘텐츠를 시청하는 고객이 많다”며 “빈지 오픈으로 화제성이 극대화되거나 결말이 알려져도 영향이 크지 않은 작품을 제외하면 순차 공개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