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전파는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사용 가능한가

조춘식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한국전자파학회 수석부회장)
조춘식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한국전자파학회 수석부회장)

우리가 사용하는 과학 개념은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와 자연 원리를 발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했음이 분명하다. 초기 문명을 이루던 시절에는 생명 유지가 목표로, 자연으로부터 더 많은 생산물을 획득하기 위해 우주와 하늘의 질서를 관찰했다.

문명이 발전하고 영토 확장 욕구가 강해지면서 인류는 점점 바다로 나갔고, 미지의 세계와 맞닥뜨려야 했다. 그리스에서는 지중해로 나가려고 해안을 벗어나는 순간 망망대해를 맞아야 했다. 아무것도 의지할 데 없던 때 하늘과 우주를 관찰해서 항해술과 선박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천문을 관찰하면서 우주 원리와 태양 변화를 체득한 인류는 근본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늘 우주와 하늘의 변화에서 자연의 원리를 터득해 이를 해결하고 문명을 진화시켜왔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 단 1초도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 전자기파의 예언과 증명도 사실은 크게 보면 우주가 생성한 위대한 선물을 오랜 기간 끝없는 관찰과 직관적인 예측으로 밝혀낸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상대성 원리를 설명하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지식의 누적으로 인한 귀납적인 방법이 아니라 직관을 통해 근본적 물음에 답을 구했다고 한다. 어쩌면 변증법의 정-반-합이란 위대한 우주 진리를 적용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전자기파를 해석하기 위해 충격적으로 동이족의 우주해석 이론이었던 음양오행설을 적용해보면 전기장과 자기장은 각기 양과 음이 되며 전자기파의 필드는 土가 된다. 굴절, 반사, 투과, 회절 등과 합하여 오행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이족이 깨달은 우주의 원리를 적용해 전자기파의 성질을 충격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근대에서는 인류 앞에 놓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1864년 제임스 C. 맥스웰이 전자기파를 예언한 이후 이를 변증법적으로 사용해 크게 상대성이론의 탄생, 레이다의 탄생, 양자역학의 탄생, 무선이동통신 탄생 등이 나타났다.

현대에서는 우리 앞에 놓인 전파와 관련된 현재의 근본적인 문제로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발전, 양자이론 실현, 차세대 반도체 개발 등이 있다. 국방 분야에서는 초소형 드론 탐지 기술 개발 등이 있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의료 분야에서 암의 정복, 치매의 치료 등이 있다.

IT 분야에서 인류가 도전하는 근본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인 양자이론의 실현은 아직 그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전자기파를 적용한다면 변증법적으로 실현 가능한 새로운 기술의 탄생도 상상할 수 있다. 다가오는 6세대(6G) 및 그 후의 이동통신 시대에서 사용할 차세대 반도체의 개발 또한 높은 주파수에서의 동작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전자기파를 충격적으로 적용, 새로운 개념의 탄생이 도래할 수도 있다.

국방 분야에서는 드론의 무기화가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 드론을 탐지하고 식별 가능한 기술의 개발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의 탐지 기술로는 갈수록 소형화되는 정체불명의 드론 등 무인기의 탐지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탐지 기술의 획기적인 발상 또한 양자이론과 전자기파의 상호 파괴에서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의료 분야에서는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분리하는 방법으로 테라헤르츠파를 충격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어서 훗날 암 정복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치매 치료를 위해 전자기파로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분리할 수 있다면 치료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통의 선도적인 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망망대해로 나가는 선박에 제대로 항해를 마칠 수 있느냐며 결과를 예단,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있다. 이른바 정량적 목표를 위해 몇 년 안에 항해를 끝낼 수 있는지, 경로는 어떻게 택할 것인지, 실패 시 누가 책임질 것인지만 따지다가 망망대해로 나가려는 수많은 선박을 아예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선박 제조술과 항해술을 요리조리 개선하면서 세계적 기술 전쟁 시대를 헤쳐 왔다. 이제는 민간과 정부 모두 과거의 지식을 축적해서 해안선만 지켜서는 안 된다. 옛날 인류가 자연과 우주 원리를 온몸으로 관찰하면서 좁은 해안선을 벗어나 나아가던 그 마음으로 도전하는 일을 국가와 국민이 격려하고 응원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조춘식 항공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수석부회장 cscho@k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