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혁신 단상]〈5〉 생산성 향상을 위한 영국의 노력

[건설혁신 단상]〈5〉 생산성 향상을 위한 영국의 노력

영국은 1901년부터 세계 최초로 국가표준제정기관(British Standard Institute)을 설립·운영한 표준과 매뉴얼의 나라다. 영국의 표준인 BS(British Standard)는 정말 체계적이어서 영연방국가에서 널리 표준으로 사용된다. 필자가 영연방 국가의 하나인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할 때도 기술과 관련한 많은 경우에서 BS를 사용하거나 참조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 보면 영국은 정말 많은 것이 보고서로 작성되어 공개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세계적으로 공개해도 무방하다는, 내용에 대한 자신감이 읽힌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그들의 기술을 참고하게 하고 인용하게 하여, 결국 그들의 기술과 표준을 수용하게 만드는 길이 되는 것 같다.

영국은 MMC(Modern Method of Construction)와 PMV(Pre-Manufactured Value)라는 핵심 개념으로 벌써 수년째 건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료들도 자세히 보고서로 나오고 있어 우리 건설산업에서도 참조할 내용이 많다. MMC는 2016년 영국에서 발간된 'The Farmer Review of the UK Construction Labour Model'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처음 나온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MMC의 탄생 배경에는 노동력 관련 문제가 있는데 노동력 부족 현상의 심각성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의 대처 방안으로 MMC를 제시하고 있다. MMC는 '자재와 인적자원의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새로운 건축물을 건설하는 빠른 방법'으로 정의된다. 전통적인 현장작업 방식의 대안으로서 공장 또는 현장 근처에서 사전에 제작한 건물 부재나 부품 사용, 현장의 효율성과 품질을 향상할 수 있는 모든 혁신적인 현장관리기술의 활용을 포함하고 있다. MMC는 7개 범주로 분류된다. 이를 MMC Framework라고 부르고 있다.

첫 번째는 사전제작 3차원 구조시스템으로서 마감까지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사전제작 2차원 구조시스템으로서, 주로 벽이나 바닥 등에 적용되는 패널형식의 구조부재이다. 세 번째는 시스템화되지 않은 기둥, 보, 벽, 바닥 등의 사전제작 구조부재이다. 네 번째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구조부재, 비구조부재, 부품 등을 포함한다. 다섯 번째는 파사드, 욕실, 주방, M&E 등과 관련한 사전 조립품으로서 비구조부재이다. 여기까지를 묶어서 off-site and near site pre-manufacturing이라 부르고 있다. 여섯 번째는 현장 노동력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건축 부재로서, 사전에 크기에 맞게 재단한 석고보드의 경우가 이 범주에 속할 수 있다. 일곱 번째는 BIM, VR, AR, 자동화장비, 표준 가설자재 등 현장 노동력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현장 프로세스 개선과 관련한 여러 기술들이다. 마지막 두 가지 범주를 묶어서 site based process improvement라 부르고 있다.

앞에서 잠깐 용어만 소개한 PMV는 MMC의 측정지표라 할 수 있다. 전체 공사비 가운데에서 사전 제작 부재나 부품의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측정한 것이다. 즉 MMC가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의미한다면 PMV는 실제 프로젝트에서 MMC의 적용 수준을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개념이다. 방법만 나열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고, 이들 방법을 실제로 프로젝트에 적용하도록 유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여러 정책에 PMV 값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를들면 영국 정부는 프로젝트의 PMV 값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향후 공공주택공급 프로젝트의 PMV 평균값을 70%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아직 PMV 계산을 위한 전산도구를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다 보니 PMV 값에 대한 요구를 명시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공공주택 공급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MMC 방식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요구는 명문화하고 있다.

우리 건설산업에서 기능 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기능 인력 부족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기능 인력을 어떻게 더 많이 확보할까 또는 청년층 유입을 늘리기 위해 뭘 해야 할까 고민도 필요하지만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마당에 건설산업 기능인력을 늘리는 것은 언감생심이 아닐까? 품질과 안전을 외국인 노동자에게 맡겨 둘 것인가? 기능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의 개발은 과연 언제 그 실효성을 체감 수 있을까? 모든 수단을 고민해야겠지만 본질적으로 인력 투입이 적은 설계와 공법을 찾는 것이 먼저 아닐까? 누구나 동의할 것이고, 우리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스마트 건설도 좋고 건설로봇 개발도 필요하지만 영국처럼 정부와 산업이 공동의 목적을 설정해서 체계적인 로드맵에 따라 실행해 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인력 절감이 가능한 기술 개발과 그 기술을 설계와 시공 현장에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 그야말로 입체적이고 체계적인 정책과 기술의 컬래버레이션이 필요하다.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myazure@kw.ac.kr